쌍꺼풀과 전문직
단순하다.
쌍꺼풀이 예뻐 보이는 이유는
쌍꺼풀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모두가 쌍꺼풀을 가졌다면
그 희소성은 사라진다.
그러면 오히려 쌍꺼풀이 없는 '무쌍'이 대세가 될 수 있다.
약 30년 전에는 쌍꺼풀을 가진 사람은 지금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쌍꺼풀 수술에 꽤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으며
지금처럼 얼굴형과 눈 모양 등에 맞추어 절개 또는 비절개를 선택하는 등
고급스러운 스킬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입학 선물로 쌍꺼풀을 받는 세상이 왔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다수가 쌍꺼풀을 가지고 있다.
수술 비용도 저렴해졌으며 앞트임, 옆트임, 뒤트임, 눈 밑 지방재배치 등등
눈 관련 미용수술은 날로 발전해 간다.
쌍꺼풀의 수술에 대한 고민은 명품 백 하나 구매하는 정도의 레벨로 내려왔다.
이 뜻은 무엇을 의미할까?
전문직이라는 의미도 그렇다.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어야 전문직이 될 수 있다.
쌍꺼풀 있는 사람이 적어야 쌍꺼풀이 예쁜 이유와 같다.
쌍꺼풀 수술이 늘어나자
쌍꺼풀 관련 수술의 수준은 눈부시게 향상했다.
단지 쌍꺼풀 한 번으로 벌 수 있는 단가가 줄었을 뿐,
수술은 받는 입장에서는 나쁠 게 전혀 없는 현상이다.
의대 증원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의 질도 좋아진다.
같은 의사끼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료의 스킬을 계속 갈고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피부과가 차고 넘치면 다시 산부인과나 심장외과 등
현재의 기피 의료 분야로 공급이 증가할 수도 있다.
단지, 줄어든 쌍꺼풀 수술 비용처럼
의사는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며
그 치열함에 비해 연봉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의사 파업의 본질적인 이유도 같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반대로 전문직이 가진 임팩트는 줄어든다.
이것을 막고자 함이다.
그리고 여기서 임팩트라 함은
바로 '돈'을 말한다.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바로 그것.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긴다고 여기는 입장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연봉이 깎이냐 마냐의 사투를 벌이는 동안
정작 그 직업의 본질적 가치는 사라진다.
안타까운 현상이다.
[환자 - 의사]라는 관계의 정리가 다시 필요한 순간이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