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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Aug 02. 2023

최선의 육아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화목하는 것

2023. 8. 2. (수)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로스쿨에서 가족법 (Family Law)을 배울 때의 기억이 있다. 미국은 주(state)마다 법이 다 다른데 이 가족법은 유난히 그 정도가 심해서 공부하기가 꽤 까다로웠다 (변호사 시험-bar exam-에서 비중도 높지 않고). 그런데 양육권(child custody) 관련해서는 '시험에서 모르겠으면 무조건 이걸 써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개념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the best interests of the child', 직역하면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만큼 양육권 결정에 있어 자녀의 이익은 중요한 부분이었다.


공부할 당시엔 내가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없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특히 '무엇이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인지'가 헷갈릴 때가 많다수도권 공기가 안 좋으니 시골에 가서 좋은 공기 마시게 해 주며 자유롭게 살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프라가 갖춰진 서울에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인지.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나도 학군이 좋은 곳으로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 지금부터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등등.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인가. 



화목한 가정의 기억, 그리고 경험


그러다 아내와 이야기한 것이 바로 '화목한 가정' 안에서 자란 경험, 그리고 기억을 주는 것이다.


영어 유치원을 포함한 사립 교육, 좋은 학군에서 공부해 보는 것 등도 물론 좋은 경험이고, 그 좋은 환경 안에서의 친구 관계도 나중에 아이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 차이를 모르지 않는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분명 나중에 공부하기 편할 것이다. 주변에서는 세 살부터 어서 시작하라고도 한다. 돈을 열심히 모아서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라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는 그럴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사람도 주변에 있다. 모든 목소리가 일리가 있고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 또한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가 평생에 걸쳐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의 화목'이라고 생각한다. 갈등이 있을 때 부모가 서로 그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서로 조금 불편해도 양보하고 혹여나 잘못하면 사과하는 모습, 살다가 생기는 이런저런 상처를 마주하고 가족 안에서 서로 돕고 치유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 등,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다른 것보다, 일상 속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부터 집중하고 있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하는 것,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등의 표현 방식부터, 집에서 언성을 높이지 않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을 쓰지 않는 것, 중요한 결정이 필요하거나 고민이 있으면 자유롭게, 그리고 되도록 많이 대화하는 것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을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화목을 위한 육아휴직


사실 내가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표면적으로는 '둘째 출산'이 이유였지만 진짜 이유는 '둘째 출산으로 인한 아내의 고된 일상'과 '산후 우울증'에 대한 걱정이었다. 나는 우리 집에서 아내의 웃음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했다. 정작 아내는 '남들 다 그렇게 한다'며 만류했지만 나는 '남들 다 그래서 죽겠다고 한다'며 육아휴직을 강행했다.


많은 부분의 희생이 필요했다. 이전 글들에서도 종종 썼지만 재정적으로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매달 나오는 육아휴직 급여와 양육수당 등을 모두 합쳐도 매달 나오던 월급에 비할 순 없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으면 아이들이 과일 하나 먹을 먹고 좋고 비싼 장난감을 많이 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내가 산전, 산후 우울증을 앓지 않았다. 아이들이 비싼 과일 먹고 장난감은 당근마켓에서 얻어 써도, 매일 아침 웃으면서 대화하는 부모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장난감을 아빠와 함께 고르고 중고거래 하러 같이 가는 경험을 있었다. 


아내의 행복이 깨어지지 않는 것은 남편인 나의 우선순위이면서 동시에 두 아이에게도 '최선의 이익'이었다. 아내의 행복과 자녀의 최선의 이익은 결국 같은 방향이었던 것이다.



화목 안에서 함께 성장하기 


앞으로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살아가며 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을 것이고, 우리 부부는 언제나 두 아이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그 방향은 언제나 '가정의 화목이 유지되는 쪽'이 될 것이다. 그 길에서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고, 또 고마워하며 함께 성장할 것이다. 


아내와 나는 부모로, 이 아이들은 자녀로서 함께 성장하는 가정을 꾸려나가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가정을 경험하고 또 기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그게 '자녀의 최선의 이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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