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정책보다 더 따듯했던 한 마디
2023. 8. 8. (화)
아기 소리에 행복했어요
오늘 아내가 둘째 찰떡이를 안고 버스를 탔는데, 찰떡이가 마침 많이 울었나 보다. 아무리 안아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아 쩔쩔매다 결국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는데, 함께 내리신 할머니가 뒤에서 계속 쳐다보셨다고 했다.
잠시 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할머니께서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아기였구나"라고 말씀하셔서, 아내가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에 "많이 시끄러우셨죠. 죄송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할머니께서 손을 내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아니~ 오랜만에 버스에서 아기 소리가 들려서 행복했어요."
사탕 하나쯤은 얻어 가야지
어제는 온 가족이 동네 마트에 갔는데, 첫째 꿀떡이가 좌판대에 있는 사탕을 계속 집어왔다. '안된다'며 다시 가져다 놓으라는 내 말에 꿀떡이가 입이 삐쭉 나와 시무룩하게 서 있던 차였다. 그런데 그런 꿀떡이를 한참 쳐다보시던 아저씨 한 분이 본인 계산하실 때 사탕 하나를 함께 계산하시더니, 나가시며 그 사탕을 꿀떡이에게 말없이 쥐어주셨다. 얼떨떨하게 사탕을 쥐고 있는 꿀떡이를 보고 웃으시며 아저씨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사탕 하나쯤은 얻어 가야지."
저희도 행복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식당에 갈 때 등, 아직 미숙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민폐를 끼치게 되는데, 가끔 아무리 애써도 아이들이 통제가 되지 않을 때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괜히 데리고 나왔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부모로서 마음이 위축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따듯한 말 한마디, 따듯한 눈길 한 줄기, 미소 한 모금이 크게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 '아이 너무 예쁘네'라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위축되고 눈치 보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곤 한다.
오늘 아내에게 따듯한 말을 전해주신 할머니나, 어제 호탕하게 꿀떡이에게 사탕을 쥐어주신 아저씨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도 할머니, 아저씨 덕분에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