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둘째 아이가 태어난 회사 동료가 고민이라며 한 말이다. 첫째가 갓 태어난 둘째를 질투하는지 매일 같이 안아달라그러거나 눈물이 많아지는 등 일종의 퇴행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고 말고. 형제든 남매든 자매든 상관이 없다. 부모를 독차지하던 첫째에게 둘째의 존재는 날벼락과도 같을 테니. 이런 나도 둘째라는.
"찰떡이 미워"
나 또한 작년 2월 둘째 찰떡이가 태어났을 때 비슷한 고민을 했다. 처음 찰떡이가 집에 오던 날, 첫째 꿀떡이의 흔들리던 눈빛과 불안한 몸짓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동안 '찰떡이 미워, 엄마 미워'를 입에 달고 살던 꿀떡이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게 엊그제 같다.
위 글에도 자세히 나와있지만, 아빠인 내가 첫째 꿀떡이를 전담마크(?)하는 건 장점이 많았다.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꿀떡이의 정신을 빼놓는 효과도 있었고, 새로운 세상에 태어난 찰떡이가 엄마와의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애착을 형성하는 효과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부모인 내가 꿀떡이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나보다.
"찰떡이는 블루베리도 못 먹어"
내가 꿀떡이를 전담마크하는 것 외에, 아내와 고민 끝에 선택한 전략은 '불쌍한 찰떡이' 전략이었다. 즉, 꿀떡이에게 찰떡이가 동등한 라이벌이 아니라 일종의 하급자(라고 쓰니 좀 슬프긴 한데, 뭐 어때 누가 늦게 태어나래?)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완모 아기였던 꿀떡이가 완모 아기인 찰떡이의 수유 장면을 가만히 바라보는 아찔한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삼곤 했다.
꿀떡이: (엄마가 수유 중에 이글이글한 눈으로 쳐다보는 중)
나: "꿀떡아. 찰떡이 뭐 먹어?"
꿀떡이: "...쭈쭈"
나: "꿀떡아. 그거 알아? 찰떡이는.....블루베리 못 먹는다?"
꿀떡이: (충격) "....왜?"
나: "찰떡이는 아기라서 엄청 맛있는 블루베리도 못 먹고, 쭈쭈 밖에 못 먹어.."
꿀떡이: (충격) "...아...(약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중)"
나: "우리 찰떡이는 쭈쭈나 먹으라고 하고..아빠랑 블루베리 먹으러 갈까?"
꿀떡이: "응!"
대충 위와 같은 시나리오를 매일 반복했다. 그 와중에 말도 못 하는 찰떡이는 '블루베리도 못 먹는 찰떡이' '호비랑도 못 노는 찰떡이' '놀이터도 못 가는 찰떡이' '미끄럼틀도 못 타는 찰떡이' 등등, 꿀떡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찰떡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와 동시에 '동생'에 대한 책을 틈틈이 읽어 주며 꿀떡이는 누나고, 찰떡이는 동생이라는 것을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주입시켰다. 그 덕이었는지. 꿀떡이와 찰떡이는 큰 마찰(?) 없이 자연스레 상하관계(?)를 형성해 나갔던 기억이다.
그래서일까. 22개월 차 두 아이는 어느덧 투닥대면서도 손 꼭 잡고 다니는 '남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