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둘째 어떻게들 낳아 키우는 거지?
2023. 3. 6. (월)
둘째가 태어났다.
"출산이고 뭐고 나는 배가 고프다"
2월의 마지막 날이던 지난주 화요일, 아내가 '배가 너무 나왔는데 아이가 나올 기미가 없다'라며 계단을 20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저녁쯤에 식은땀을 흘렸다. 병원에 가보니 입원 수속을 밟으라고 했다.
얼떨결에 들어간 가족분만실에서 아내와 이런저런 농담을 했다. 첫째 때는 병원에 너무 늦게 방문해 누리지(?) 못한 무통주사는 과연 천국이라는 말과, 찰떡이는 2월생일 것인지 (= 자정 전 출생) 3월생일 것인지 (= 자정이 지나 출생)에 대한 것 등이었다. 아내는 저녁을 못 먹고 와서 배가 고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아내는 병원에 간 지 4시간 만이자 분만 시작 후 힘을 준 지 5번째 만에 '너무 배고프다!'는 외침과 함께 찰떡이를 낳았다. 분명 심각한 순간인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엄중한 출산의 순간에 배고프다니...
2023년 2월의 마지막 날, 우리 가족은 4인 가족이 되었다.
첫째에게 둘째란
찰떡이가 태어나던 날, 꿀떡이의 하루
진통이 온 날은 마침 첫째 꿀떡이를 보러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가 방문하신 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저녁에 첫째를 부모님께 맡기고 아내와 내가 바로 산부인과로 향할 수 있었다. 아무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다고 하지만, 현관에서 인사할 때는 '엄마 파이팅'을 외치며 씩씩하게 인사하던 꿀떡이는 엄마가 곧 온다고 생각했는지 평소 잠드는 시간보다 2시간이 넘게 잠을 자지 않고 엄마와 아빠를 기다렸다고 한다.
태어나고 1년이 넘게 모유 수유를 했고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고 21개월 간 엄마와 가정 보육을 한 꿀떡이였다. 거기다 아빠의 육아휴직으로 최근 두 달은 세 가족이 떨어지지 않고 먹고 자고 놀고를 반복했던 터라, 하루지만 엄마 아빠가 없이 잠을 잔다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는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야 출산을 했는데, 나는 첫째 꿀떡이가 일어났을 때 아빠라도(?) 옆에 있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새벽 3시 반 즈음에 집으로 돌아와 꿀떡이 옆에서 잤고, 아내는 졸지에 병원에서 혼자 회복해야 했다.
둘째가 태어난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첫째 꿀떡이는 옆에 누운 나를 보자마자 '아빠 아니야!' 하며 엄마를 찾았고, 아무리 설명해 줘도 엄마가 내일 와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덕에, 꿀떡이는 그날 내내 나에게 모든 짜증을 쏟아냈다. 그런데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그만큼 안쓰러웠다. 이유도 모르고 졸지에 엄마가 없어졌는데, 이제 곧 동생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친구가 같이 살 예정이니 말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둘째의 등장은 첫째에게는 충격이 큰 듯하다.
하루가 더 지나 아내의 퇴원 날, 집에 들어갈 때 아내가 먼저 들어가 꿀떡이를 안아주고 뒤따라 들어간 내가 둘째 찰떡이를 안고 들어갔다. 동생이 누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이런저런 선물들도 같이 들고 갔는데, 꿀떡이는 선물을 좋아하면서도 찰떡이를 꽤나 경계하는 눈치였다.
찰떡이가 집에 온 지 5일 차인 지금, 찰떡이가 울면 '아이 심란해~'라고 외치던 꿀떡이는 가끔 찰떡이를 애써 모르는 척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엄마나 아빠가 찰떡이를 안고 있으면 그만 안으라고 종종 떼를 쓰기도 하고, '찰떡이 그만!'이라며 조그맣게 소리치기도 한다.
몸을 회복해야 하는 아내도 안쓰럽고, 졸지에 누나가 된 꿀떡이도 안쓰럽고, 집에 오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눈칫밥을 먹는 둘째도 안쓰럽다. 둘째를 키운다는 건 참 모두가 이렇게 안쓰러운 건가 싶기도 하다.
다들 둘째를 어떻게 그렇게 키우셨는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나도 누나가 있는 둘째다.
아내는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첫째 때 산후조리원이 꽤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본인이 직접 해봐야 하는 아내의 성격 상, 엄마의 회복을 위해 신생아와 함께 있는 것을 '지양'하도록 하는 산후조리원의 정책이 다소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거기다 아내는 첫째 걱정이 많아서 본인이 조리원에 있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적어도 14일을 갇혀(?)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답답하다며, 차라리 모든 것이 익숙한 집에서 산후도우미 분과 출장 마사지의 도움을 받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 물론, 남편인 내가 육아휴직 중이기 때문에 집안일이나 심부름을 할 수 있고, 출근 걱정 없이 새벽에 찰떡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최종적으로 크게 작용한 듯하다.
그렇게, 아내는 출산 후 36시간 만에 신생아인 찰떡이와 집에 돌아왔다.
첫째 꿀떡이는 산부인과에 조리원까지 거쳐 출생 후 17일이 지나서야 집에 왔었기에, 출생 때보다 살도 꽤 찌고 배꼽도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둘째는 출산 후 36시간 만에 배꼽도 붙어있는 상태로 집에 왔다. 신생아 케어란 것이 대부분 꿀떡이를 키우며 다 했던 것들인데, 찰떡이처럼 배꼽도 떨어지지 않은 생(?) 신생아는 통목욕이 아닌 부분목욕을 해야 하고, 배꼽 소독을 꼼꼼히 해주어야 하는 등 새로운 부분이 있어서 낯설긴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유튜브에 계신 전문가분들을 통해 무사히 해나갈 수 있었다.
둘째를 키울 때 가장 큰 특징은 매사에 '두려움'이 적은 것인 듯하다. 2년 전, 첫째 꿀떡이가 집에 왔을 때는 아기에게 손도 대기 무서웠다. 목욕하기, 우유 먹이기는 고사하고 안아주는 것과 기저귀 갈아주는 것도 무서웠다. 반면에, 둘째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이미 해본 것'이라는 자신감이 막연하게나마 있어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나름 거침없이 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산후도우미 분께서 다음 주 중반에나 방문이 가능하시다고 하는데, 6일 차인 오늘 새벽에는 나 혼자 먹이고 달래고 재우고를 문제없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결코 쉽다는 얘기가 아니다. 새벽 5시에나 교대 후 잠이 드는 게 어떻게 쉽겠는가.
앞으로 100일
예정일을 1주일 앞두고 태어난 둘째가 참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매일 밤 목소리도 들려주고 산부인과 방문 때도 항상 같이 가는 등 각별히 신경을 썼던 첫째 때와는 달리, 둘째 때는 첫째 아이 육아가 겹쳐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쓴 것 같아 내내 미안했다. 그와 더불어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누나'가 되어버린 21개월짜리 첫째 꿀떡이도 안쓰럽고, 첫째 걱정에 출산 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아내도 안쓰럽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100일 남짓 (혹은 더 길게...눈물 주륵), 찰떡이를 잘 보면서 꿀떡이의 마음을 잘 살피고 아내가 무리하지 않고 몸을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집안일과 육아에 전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부디 앞으로 우리 네 가족이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이제, 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