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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Mar 07. 2023

육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

바꿀 수 없는 순간들의 중요성

2023. 3. 7. (화)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새벽 5시 반이다. 첫째 꿀떡이가 오늘 유난히 엄마를 찾는다. 갑작스러운 둘째의 등장에 내내 불안했을 텐데, 이제껏 꾹꾹 눌러 참다가 오늘 잠결에 서러움이 폭발했나 보다. 결국 아내는 오늘 새벽 모유수유를 강제(?) 중단하고 내가 둘째 찰떡이를 맡아 분유를 먹이고 있다.

분유 원샷 후 기저귀까지 교체하시고 기절


신생아를 키우며


신생아 육아라는 것은 사실 단순하다. 배고프면 먹이고 싸면 갈아주고 그래도 울면 안아주고. 우리 생애에서 가장 본능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과정이 24시간 내내 지속되기에 돌보는 사람이 밤잠을 못 자고 여유가 없는 것도 맞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이 소중한 모든 순간에 내가 마음껏 안아주고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론, 출생 후 바로 산후조리원에 갔던 꿀떡이의 초반 2주가 아깝기까지 하다. 꿀떡이의 배꼽이 떨어지는 것은 카톡 사진으로나 봤으니 말이다.


이런 것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내와 나는 첫째 때도 조리원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는 참 출산과 육아에 대해 모르는 상태로 결혼을 했다.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 가정생활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가정생활'이라는 이름의 과목들을 배웠다. 육아를 하는 지금 생각하니 나름 유용한 내용들이 있었을 텐데, 초등학교 때는 너무 어렸고 중학교 이후로는 이른바 '국영수과사'가 아닌 비주류 과목이라 시험 전날 빠르게 외워 시험 보기 바빴다. 대학 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시기였기에, 진학에 필요하지 않은 과목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사실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30대 초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겨 첫째 꿀떡이를 낳고, 또 2년 후 둘째 찰떡이를 낳아 지금 기르고 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법'은 항상 공부하고 대화하며 때로는 인내하고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 모든 것들을 미리 배우고 고민하고 또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왜 우리는 고작 아무리 길어도 30년 남짓 다니는 직장(그나마도 요즘은 입사 후 1년 내 퇴사가 50%에 육박한다던데)을 위해서는 수년간 그렇게 많은 스펙을 철저히 준비하면서도,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서 준비하고 공부하는 것에는 그렇게 박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가정생활'일 텐데 말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


아내는 자연분만으로 두 아이를 낳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다기보단, 아내는 우리 몸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방식'을 믿는다고 했고, 나는 그런 아내의 의견을 존중했다. 남편인 나는 아내의 분만 시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 리서치를 했다. 그러다 분만 시 호흡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첫째 꿀떡이 출산 때 워낙 아내가 좋았다고 하여 이번 둘째 출산 때도 요긴하게 써먹었다.


아내는 첫째와 둘째 모두 자연분만에 이어 모유수유를 선택했다. 첫째 꿀떡이 때는 산후조리원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거의 24시간 모자동실을 했는데, 본인이 낳은 아이이니 서툴고 어색해도 본인이 데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강하고 씩씩한 아내도 펑펑 울었던 적이 있는데, 조리원에서 첫째 꿀떡이가 갑자기 분수토를 했을 때였다. 놀란 아내가 아이를 급히 들쳐 안으면서 아이가 켁켁대니 더 놀란 아내는 조리원 선생님들께 뛰어가서 도와달라며 울었던 것이다. 조리원을 떠나 집에 와서도 그런 과정은 수없이 많았다. 손을 벌벌 떨며 옷을 갈아입히고 씻기고 안아주고를 반복했다.


애 전에도 알고 지낸 기간을 포함하면 꽤 긴 시간인데, 나는 아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인 줄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이렇게 강하면서도 지혜로운 '엄마'가 될 줄 몰랐다. 우리는 서로의 '부모'로서의 모습은 간과한 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인데, 지금 생각하면 둘 다 참 무모하고 무식했다 싶다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요즘엔 마치 로또를 맞은 기분이다. 침착하면서도 단호하게 아이들을 대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인데, 물론 진짜 로또는 꿀떡이와 찰떡이가 맞은 것일테다. 시어머니인 우리 엄마조차도 아내의 아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실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극찬이 어디 있단 말인가.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부모가 되어 갔다.


결혼식 후 불과 2년 6개월 만에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도 모르고 신난 두 사람


우리 인생에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 소중한 청소년기를 통째로 바쳐서 얻고자 하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자격증 등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도 있고 어쩌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바뀔 수도 있다. 물론 그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다시 말하면 어렵더라도 언제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요즘 들어 마흔이 넘어서도 의대나 로스쿨에 진학하시는 분들도 있고, 좋은 대학을 나오고도 완전히 다른 일로 전환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다르다. 아이를 품은 10여 개월의 시간은 바꿀 수 없고, 출산 후 그 아이를 키우는 모든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의 시간은 아이와 부모에게 모두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한 번만 지나가는 중요한 순간들이기도 하다. 꿀떡이 그리고 찰떡이와 지금 거실에서 같이 굴러(?)다니는 이 사소한 순간들도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온 세상이 떠들썩한 대학 입시나 취업보다,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집집마다 이어지고 있는 육아의 현장이 사실은 우리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일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이 중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더 진중하고 깊이 배우고 고민하지 못했을까 아쉬움도 남는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마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임신, 출산, 육아'의 중요성이 충분히 공감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오늘도, 아이들을 재우고 틈틈이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육아를 배우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매일 새벽 속으로 외치는 말이다. '대체 왜, 이 중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는가' 말이다.


두 아이를 다 결혼시키고 환갑이 넘으신 아빠도 요즘 손녀딸 보는 재미에 새로이 육아를 배우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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