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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Mar 14. 2023

아이가 떼를 쓴다

떼를 쓰며 가족이 되어가다

2023. 3. 14. (화)


둘째가 집에 온 지 2주가 지났다.


둘째 찰떡이가 집에 온 후, 첫째 꿀떡이는 유독 떼가 많이 늘었다. 꿀떡이도 이제 22개월에 접어들며 자연스레 고집이 세지는 시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둘째가 집에 온 후 엄마나 아빠가 둘째에게 시간을 쏟는 것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물론 꿀떡이는 둘째가 오기 전에도 만만치 않은 친구이긴 했다.


다행히 둘째 찰떡이는 배만 부르면 잘 자고, 옆에서 누나가 아무리 울고 소리 질러도 잘 깨지 않는 온순의 심장(?)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리 온순하다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빨리 안아주거나 달래주지 못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큰데, 눈앞에서 첫째가 떼쓰는 동시에 둘째가 배고프다 울면 가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나의 육아휴직으로 아내와 내가 함께 있기에 망정이지, 만약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혼자 있었다면 정말 눈물이 왈칵 터졌을 것 같다. 하나 키우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애 둘 육아는 4배 어렵다는 게 이해가 간다.


분명 평화로운데 뭔가 숨 막히는 긴장 넘치는 현장



아이가 본격적으로 떼를 쓰면 정말 힘들다.


둘째의 등장으로 첫째 꿀떡이가 예민한 요즘은 일상이 전쟁이다.


작년 12월 육아휴직 후 꿀떡이는 아빠인 나와의 애착이 꽤 형성되어 낮잠이나 밤잠을 나와 곧잘 자곤 했는데, 둘째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것이 '공장 초기화' 되어 버렸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지난 수개월의 노력이 순식간에... 찰떡이가 집에 온 지난 2주 간, 꿀떡이는 밤잠은커녕 낮잠도 엄마 없이는 자지 않게 되었다. 아마 둘째가 태어나던 날 엄마와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첫째에겐 큰 충격이었던 듯하다.


아내는 둘째도 모유수유를 하고 있어서 2시간마다 한 번씩 수유를 해야 하는데, 수유시간이 하필 첫째의 낮잠 또는 밤잠 시간과 겹치면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엄마가 없다고 첫째가 낮잠을 안 자거나 밤잠을 설치고, 그 결과 다음 날 더 예민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곤 한다. 잘 놀다가 갑자기 울면서 안기기도 하고, 아빠와도 곧잘 하던 목욕하기, 밥 먹기, 옷 갈아입기 등등의 일상에서 떼를 부리는 빈도가 많이 늘었다.


꿀떡이가 원래 그랬던 아이도 아니고, 평소에 곧잘 하고 지난 시간 서로 익숙했던 것들이 갑작스레 떼쓰는 순간들로 바뀌어 버리니 정말 멘탈이 탈탈 털린다. 아내와 나는 워낙 화가 나도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성격인데도, 1시간 가까이 내리 우는 첫째를 바라보며 정말 '이게 뭔가'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서로 말없이 쳐다보며 멘탈을 간신히 부여잡곤 했다.


동생 목욕물에 본인도 목욕하겠다고 손수 세수하시는 중


가족이 되어간다는 것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첫째 아이가 떼를 쓰는 것은 분명 힘들지만, 나는 요즘 이 힘든 시간들이 우리가 '가족'이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인 나와 아내는 쉽지 않은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첫째의 마음을 헤아림과 동시에 신생아인 둘째를 안전하게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첫째 꿀떡이는 힘들어하면서도 둘째 찰떡이의 존재를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다. 둘째 아들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있고.


누나보다 훨씬 길고 오동통한 아들내미의 손 (Feat. 태어날 때 간호사 선생님도 놀란 길쭉길쭉 손가락)


아이가 떼를 쓰는 것, 부모에게는 특권이자 기회


매일 밤, 곤히 잠든 첫째 꿀떡이와 둘째 찰떡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가 '떼'를 쓰는 것을 지켜보고 받아낼 수 있는 것은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첫째 꿀떡이만 해도, 부모가 아닌 아무에게나 다짜고짜 떼를 쓰지 않는다. '이렇게 해도 되는 존재'라는 일종의 애착이 부모에게 있기 때문에 떼를 쓸 수 있는 것이고, 그 힘든 과정과 순간 속에서 부모인 나와 아내는 아이에게 우리 가족만의 규칙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천 번은 반복해야 하나 겨우 입력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아이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떼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른인 부모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지, 찬찬히 살펴보거나 아이에게 물어보면 반드시 떼를 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가 떼를 쓰는 것은 부모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떼를 쓰는 상황, 모습, 타이밍 등을 통해 그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꿀떡이만 하더라도 지난 2주 동안 이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꿀떡이가 무엇에 유독 섭섭해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다. 떼를 쓴다는 것도 결국 아이가 본인의 감정을 서툴게나마 '표현'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2주 간 떼를 쓰는 첫째 꿀떡이가 밉지 않았다. 물론 아이가 떼를 쓰는 상황 자체는 답답했지만, 그 상황의 답답함이 꿀떡이를 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둘째가 집에 온 후 부쩍 떼를 많이 쓰는 꿀떡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꿀떡이의 감정이 더 세밀해지고 다채로워지고 있는 듯해서 내심 기특하기도 했다. 아내와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가 자라면서 떼를 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부모인 우리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아직 어린아이가 서툴게 표현하는 감정은 그대로 잘 받아들여주되, 잘못된 행동이 나오면 단호히 제지하고 잘 교정해 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니 말이다.


둘째가 태어나고 꿀떡이는 떼가 늘은 만큼 말도 많이 늘었다 (Feat. "아빠 놀이터 나가요. 놀이터는 엄마 아니야. 아빠만")



아이 둘 육아? 자신은 없다. 최선을 다할 뿐


둘째가 태어난 지 불과 2주가 지난 지금, 아내와 나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다들 둘째 어떻게 키운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양가 부모님이 며칠 씩이라도 방문해서 첫째와 놀아주시고, 산후도우미도 국가에서 지원되는 부분이 있어서 최근 1주일 간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런 도움이나 혜택이 없던 과거에는 대체 다들 어떻게들 둘째, 셋째 또는 그 이상을 낳고 기르셨을까.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


어제만 해도 첫째 아이가 간신히 잠이 들려는 찰나 둘째 아이가 울며 보채고, 둘째 수유를 해야 하는데 이미 잠에서 깬 첫째가 '동생 말고' 본인을 안아달라고 울며 보챘다. 결국 아내가 둘째 수유를 하면서 한 손으로는 첫째를 안아 달래며 간신히 수유를 끝내고 나면, 내가 둘째를 안고 거실에 나가 트림을 시키고 아내는 그제야 첫째를 안아 재우곤 하는 것이다. 정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모두가 힘든 나날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적어도 태어난 아이들의 잘못은 없다. 낳은 부모의 잘못이라면 할 말은 없다만 (눈물 스윽).


둘째가 생기니 집안일도 엄청 늘었다. 신생아 육아의 특성상 빨래도 많고 기저귀 사용량도 엄청나고, 온습도 관리와 위생 관리도 훨씬 엄격해야 해서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다. 아내도 출산 후 2주밖에 지나지 않아 한창 회복 중이라 조심해야 할 것이 많기에, 결국 멀쩡한 몸(?)은 나뿐인 상황이다. 빨래, 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에어컨 청소, 가습기 청소 등등 하루종일 해도 끝이 없는데, 그나마 최근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합류하셔서 많은 부분이 전문가의 손길(?)로 착착 이루어져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모르긴 몰라도 산 넘어 산일 것 같은데, 막막함을 애써 감추고 나름의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지치고 힘들다가도 첫째가 쪼르르 와서 말없이 내 품에 안기거나, 둘쨰를 안아 달래는 와중에 갑작스레 배냇짓을 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피로가 한순간에 씻겨나간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는 없을 때보다 하나 있을 때, 그리고 하나 있을 때 보다 둘 있을 때 더 많이 웃게 되는 것 같다.


더 많이 웃게 되는 것, 이것을 아이 키우는 행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잘 지내보자. 제군들 (Feat. 걱정 마 셋째는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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