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3. (월)
결혼
이제 겨우 30대 중반인데 결혼한 지 5년 차가 되었다. 신혼 초 생긴 꿀떡이와 두 살 터울로 따라온 찰떡이 덕분에 부모가 된 지도 벌써 4년 차가 되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신중한, 저녁 메뉴도 한 시간 넘게 고민하는 지지부진한 성격인데, 정작 인생의 중요한 결정인 결혼과 자녀는 고민할 새도 없었다. 로켓처럼 시원시원한 아내의 추진력에 간신히 매달려 대롱대롱 달린 채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이다.
뒤돌아보니 결혼은 사랑인 것 같다. 복잡할 것 없이, 내가 남은 여생 누구를 사랑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
그게 결혼이었다 싶다.
함께함
20대 풋풋한 연애 때의 모습으로 시작해 30대 중반의 부모가 된 지금 아내와 나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처음 사귀었을 무렵 아내는 불안정해 보였다.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귀국한 지도, 사랑하는 아버지를 일찍 하늘로 보내드린지도, 그리고 그런 격변의 시기에 오래 떨어져 있다 함께 생활하게 된 어머니와도 이래저래 맞춰갈 것이 많아 보였다. 형제자매도 없는 외동딸. 간신히 걸어 잠근 마음을 꾹꾹 누르며 가만히 이야기를 하다 잔잔히 눈물을 흘리는 날도, 댐이 터지듯 엉엉 우는 작은 어깨를 가만히 바라보던 날도 있었다.
그런 아내가 안쓰러웠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내가 감히 위로할 말이 있을까 싶어 가만히 함께 있어주었다. 그러다 속마음을 얘기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이 몰아치는 마음 안팎의 불안정함이 너의 결함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숙려
돌아보면 나는 이미 그때부터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내와 아내를 둘러싼 모든 소용돌이들은 이미 내게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아내 옆에 함께해야 하는 이유였다. 매주 주말 데이트 때마다 이런저런 일들로 들썩이던 아내의 어깨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 돌아보니 단순히 스쳐가는 안쓰러움의 감정이 아니었다. 이미 그때부터 사랑이었다. 그 오래 묵은 소용돌이들이 하나도 무섭거나 성가시지 않았으니. 아내만 보였으니 말이다.
서로 재산이 얼만지, 자녀계획은 어떤지, 결혼관은 어떤지 등등 아무것도 모르고 일종의 '묻지마 결혼'을 했지만 이번 생의 결혼은 성공이다.
평생 마음껏 사랑할 사람과 결혼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