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7. (금)
어쩌다 보니 딸바보 아빠가 되었다.
세상에 갓 나와 으앙 울어재끼던 핏덩이를 품에 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했다. 육아의 시간은 분명 더딘데, 성장의 시간은 이토록 빠른 게 이상하고 괜스레 아쉽다.
쉬는 날 아침 딸내미가 스르륵 내 품에 들어와 안기면 '이게 행복인가' 싶고, 세상 근심 염려가 다 사소한 것이 될 때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데 마음이 너무 커 선뜻 뭘 줘야 하나 오히려 망설일 정도로.
"손깍지.... 아빠 눈 감아."
새로 입학한 유치원에서 찍힌 사진들을 함께 보던 중, 아내가 한 사진을 가리키며 깔깔대며 나를 놀렸다. 꿀떡이가 같은 반 남자아이와 손깍지를 끼고 찍은 사진이었다. 작은 핏덩이 신생아가 순식간에 유치원에 입학했듯, 지금은 작은 이 아이가 생각보다 금방 커 누군가를 만나 내 품을 떠나갈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왕 떠나갈 거라면...
꿀떡이가 아내처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 마음의 크기만큼 꿀떡이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결혼 직후 아이 둘을 연달아 낳고, 이제 또 셋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한결같이 아니 점점 더 깊어가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꿀떡이가 아내로서 듬뿍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손깍지는 아무 하고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내보다는 연애를 덜 많이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