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아내와 밥을 먹다.

by 봉천동잠실러

2025. 5. 29. (목)

"우리 저번에 갔던 쌀국수 가게도 가야 해."


육아휴직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며, 아내가 해야 할 일들 (to-do list)을 정리하고 있다. 대부분 데이트 일정이라 좀 웃긴데, 영화도 보고 신혼 생활을 했던 동네도 가고 맛집도 가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이들 없이 아내와 단 둘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게 무려 4년 전이다.


첫째 꿀떡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산후조리사 선생님이 '앞으로 단 둘이 밥 먹을 기회 없다. 애는 내가 볼 테니 얼른 다녀와라' 떠밀어주신 덕에 근처 식당에서 둘이 밥을 먹은 게 마지막이었다.


둘째 찰떡이가 태어나고, 이제 셋째 꼭꼭이가 또 태어나면 더더욱 단 둘이 밥 먹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육아휴직 후 꼭꼭이 출산 전까지가 기회인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4년 정도는 눈 감았다 뜬 것처럼 빨리 지나갈 테니.


무려 2021년 여름


신혼 직후 시작한 육아는 만만치 않았다.


단 둘이 밥은커녕, 그토록 좋아하던 농구공은 바람이 다 빠져 베란다에서 발견되었고, 애지중지하던 농구화는 지난 4월 꿀떡이 유치원 체육대회 때 계주 주자로 나가기 위해 무려 5년 만에 신발장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없을 때 그토록 좋아하던 것들, 그 시간들이 마치 꿈 속인 것 같다.


혼밥. 터진 농구공. 먼지 쌓인 농구화.


육아가 그랬다.


미안해 농구화야. 그래도 이겼잖아


"100번을 다시 돌아가도 바꾸지 않을 거야."


단 둘이 밥을 먹은 게 4년 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약간 현타(?)가 와서 아내와 웃다가, '당신은 후회하지 않아?'라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대한 내 답이었다.


나는 정말, 100번을 다시 돌아가도 이 가정을 포기할 수 없다.


내게 있어 아내와 세 아이를 갖고 또 키우는 지난 5년 여의 시간은 '바라지 않았던, 아니 감히 바라지도 못할 정도로 큰 선물' 같은 순간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전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신비로운데, 그 아이를 우리가 함께 키워나가는 여정은 실로 아름다웠다. 열심히 공부도 해봤고, 열심히 운동도 해봤지만, 그런 것들에 감히 비할 수 없었다.


아이를 갖고, 만나고 또 키우는 여정과 그 속에서 느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비록... 둘이 오붓하게 맛집은 못 가도 말이다. 뭐 애들 다 크고 가면 되지.


저렇게 쪼끄맣던 애가 4년만에 유치원생
결혼하기 전 장모님과 떠났던 제주도 여행 (너네... 곧 세 아이의 부모가 된다)
어엿한 어린이집 친구가 된 둘째 I 환영해 셋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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