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는 계획이에요?

무계획이라는 계획

by 봉천동잠실러

2025. 4. 22. (화)


축하해요! 계획이에요?


첫째 꿀떡이가 생겼을 무렵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결혼식 바로 다음 달에 아이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은 덕에, 우리 부부는 신혼부터 강제 건강관리에 돌입하기도 했다.


둘째는 첫째가 돌을 갓 넘길 무렵 찾아왔다. 이 때는 비교적 계획이냐는 질문이 없었다. 아마 나이터울이 2살이라 다들 당연히 계획이라 지레짐작했던 것 같다.


요즘 셋째 소식을 전하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다시 '계획이냐'고 묻는다. '셋째는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고, '묶고 오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우리기에 궁금함이 이상하진 않다. 그리고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셋째라니. 나도 나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계획이냐?'


계획된 무계획이랄까?


결론부터 말하면, 첫째부터 셋째까지 어떤 계획도 없었다.


신혼 때는 '아이를 언제쯤 갖자'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아내도 나도 야근도 많고 주말 근무도 있을 때라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바빴다. 가끔 주말에 함께 있을 시간이 나면 싱글벙글하며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집 주변을 산책하며 낄낄거리던, '누군가의 부모'라기엔 철없고 생각 없는 20대 철부지들이었다.


그리고 둘 다 현실직시 성향이라,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우리가 계획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계획한다고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 계획'이라는 말이 우리에겐 어색했고, 사실 아직까지도 어색하다. '난 한 놈만 팬다'처럼 '난 계획할 수 있는 것만 계획한다'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그제야 부랴부랴 하나씩 갖추고 준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으며, 낑낑 거리며 첫 아이를 간신히 걷게 만들 때 즘 둘째가 찾아와 '2자녀 부모'가 되어 다시 새로운 시행착오를 겪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아 이제 둘 다 사람 만들었다'싶을 무렵 셋째가 '까꿍'한 것이다.


아. 셋째라니. 내가 진짜 다둥이 아빠라니.


무계획이 계획이라면


그렇게 우리는 유치원생 첫째, 어린이집 둘째와 함께 셋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이 제한되니, 아마도 내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해야 할 것이다. 벌써 두 번째 휴직이라 첫 휴직 때의 막연한 두려움은 없다. 그 막연한 두려움의 빈자리를 선명한 두려움이 채우고 있달까. 신생아를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휴직 전중후의 상황이 어느 정도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둘째를 맞이할 때는 '첫째가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들일까?'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셋째 아이를 맞이하면서는 그런 고민이 없어졌다. 꿀떡이와 찰떡이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우리는 '가족'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계획하지 않은 것'이 계획이라면, 그렇게 우리는 계획으로 셋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꼭꼭아. 환영해. 누나랑 형이 조금 드세긴 한데, 착한 애들이야. 잘 지내보자.


환영한다 했지 쉬울 거라고는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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