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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Jan 25. 2023

활발한 아이, 얌전한 아이

"그게 예측이 됩니까?"

2023. 1. 24. (화)


둘째가 태어날 예정일이 한두 달 앞으로 다가오며, 오늘도 아내와 둘째는 어떤 아이일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뱃속 움직임만으로 보면 첫째보다는 얌전할 것 같기도 한데, 요즘 들어 부쩍 움직임이 많아져 어떨지 잘 모르겠다. 첫째 꿀떡이는 뱃속에서부터 기지개를 자주 켜는 등 움직임이 많아 아내와 내가 쿡쿡 찌르고 말도 걸며 장난을 치곤 했는데, 실제 엄청난 활동성을 자랑하는 활발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 


첫째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아이가 예측 불가능하기에 육아 또한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와 인근 대형 베이비페어에 가서 하루종일 발품을 팔던 것이 기억난다. 유모차는 어떤 것이 '편하고', 카시트는 어떤 것이 '안전하고', 손수건은 어떤 것이 가장 '부드럽고' 등등 비교할 수 있는 정보와 지표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 모든 것들을 비교하고 분석하다 보니 나중에는 둘 다 녹초가 되어 집에 왔었다. 둘째를 기다리는 지금, 우리는 베이비 페어에 가지도 않았다. 


왜냐고? 아내와 나는 아직 둘째가 어떤 아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첫째 꿀떡이는 우리 예상을 많이 벗어나는 아이였다. 양가 부모님의 증언(?)에 따르면, 아내도 나도 유년기까지 매우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고 들었고, 그래서 첫째도 자연스레 그럴 줄 알았다. 웬걸? 첫째는 부모를 가뿐히 건너뛰고 활동성 대마왕들인 양가 할아버지들을 닮아 폭발적인 활동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첫째를 키우며 이런저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깨닫게 되었다.


1. 아이의 성향은 어느 정도 키워봐야 안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첫째 꿀떡이도 본격적으로 기어 다니기 전까지는 이렇게 활동적인 줄 몰랐다. 제일 먼저 눈치채기 시작한 건 무언가를 짚고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부터인데, 정말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눈을 굴리며 일어서고 걸으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앉기도 전부터 일어서는 연습을 시작했고, 제대로 걷기도 전에 뛰는 것을 하도 연습하다 한 살짜리 아이가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두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정말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인간 에너자이저 그 자체이다. 가끔 친구들과 공동육아를 하거나 주변 친척 분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아이고..우리 OO는 이 나이 때 이러지는 않았는데..."였으니 뭐. 


그래서 첫째는 처음에 유모차나 카시트에 타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걷고 뛰고 매달리기도 바쁜 아이를 유모차나 카시트에 안전벨트로 잡아 두려니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고 난리가 났었다. 그래서 아예 초반 12개월은 차로 외부를 놀러 가는 것도 지양하게 되었고, 놀러 가더라도 거기서 유모차를 태우느니 그냥 아내나 내가 안고 다니거나 어느 정도 크고부터는 손을 잡고 걷기 연습을 빨리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첫째가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한 시기부터는 오히려 유모차를 제법 종종 타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찾아보면, 대형몰이나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결국에는 지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그때 타이밍을 맞춰 유모차에 태우면 비교적 순순히 앉거나 누워 주변을 구경하곤 했다. 


물론 유모차에 태우려면 까까를 무한 제공해야 하고,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2. 아이 고유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일관된 원칙을 고수하면 아이는 결국 적응한다.


그런데, 유모차는 사실 문제도 아니었다. 진짜는 카시트였는데, 첫째는 카시트에 타는 걸 정말 싫어했다. 차에 타자마자 울기 시작해서 한 시간을 내리 우는데, 나중에는 운전하다가 내가 머리가 어지러워 결국 휴게소에 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몇 번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저 정도면 잠깐 안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넌지시 제안했는데, 아내는 다른 건 몰라도 아이 안전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차가 달리는 동안은 카시트에서 절대 아이를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카시트에 적응했다. 물론 지금도 카시트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본인도 '차에 타면 카시트에 타야 한다'는 것과 '아무리 울어봐야 차가 멈추지 않는 한 내릴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 것 같다. 안전이라는 중요한 이슈 때문에 부모가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하는 것을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야 앞자리에서 운전에 집중하니까 그렇다 쳐도, 뒷자리에서 그 악에 받친 울음소리와 눈물을 보면서도 참고 '안전에 대한 원칙'을 고수한 아내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도 아내에게 배운 것이다. 부모가 원칙을 정하고 일관되게 적용하면 아이는 결국 적응한다는 것을 말이다.


설 명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티라노사우르스' 노래를 들으며 기절하신 첫째 꿀떡이 (Feat. 과자 부스러기)




지금 크고 있는 첫째도 지난달, 지난주와 오늘, 내일이 다르게 크고 있고, 이제 곧 둘째가 태어나면 아마 그 예측 불가능성은 더 커지지 않을까 한다. 둘째 찰떡이는 어떤 아이일지, 첫째 꿀떡이는 찰떡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애 둘을 키우는 건 하나와 또 얼마나 다를지 등등 부모 입장에서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단순해지기로 했다. 


어차피 직접 부딪히기 전에는 알 수 없고, 또 부딪히면 결국엔 하게 되는 것이 육아니까.



지난 여름,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도 선반 위를 기어 올라와 엄마 아이패드를 고장 내던 막 돌이 지난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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