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30. (월)
"금요일에 뭐 하지?"
지난 주 금요일 새벽 1시 즈음,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카톡으로 이런저런 일정들을 정리하던 차였다. 내가 육아휴직을 한 후 평일에는 항상 일정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도 뵙고, 문화센터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여행도 가는 등 그렇게 한 달 넘게 쉬지 않고 달려오다 1월의 마지막 금요일이 남은 것이다.
나: "글쎄. 롯데월드 갈까? 애가 엄청 좋아할 것 같긴 한데...(날씨 확인 후) 아 날이 춥긴 하네."
아내: "롯데월드? 흠.... 가고 싶긴 한데...(날씨 확인 후) 아니야. 다음에 날 좋을 때 가자."
나: "그래. 그러자. 근데 아마 오늘이 가장 쉬운 날일걸?"
아내: "......... 예약하자."
그랬다. 오늘이 가장 쉬울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곧 출산을 앞두고 있고, 모르긴 몰라도 둘째가 태어난 직후 한동안은 롯데월드에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3 총사 (엄마, 아빠, 아이 1)가 아닌 4 총사 (엄마, 아빠, 아이 1, 아이2)로 가는 롯데월드는 또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뱉은 말이었다. 예매 페이지를 띄운 아내에게 진심이냐고 물었는데 아내의 '현실 인지' 스위치는 이미 켜져 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만삭의 임산부, 그리고 만 1살과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다녀왔다.
오전 10시 20분 _ 롯데월드 어드벤처 도착 + 회전목마, 모노레일 탑승
"와... 롯데월드다. 대박"
사실 직장이 잠실역 근처라 점심시간에 석촌호수를 산책하며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괴성(?)을 듣곤 했지만, 놀이공원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입장해 본 것은 수십 년 만이었다. 1990년대에 초등학생이던 내가 2023년에 애들 아빠가 되어 이곳에 다시 방문하다니,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고, 이 날도 꽤 추운 날이었는데 실내라서 그렇게 춥지 않았다.
개장시간인 10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 자리가 여유로웠던 반면 사람은 꽤 많았다. 오전에는 의외로 대학교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았고, 오후가 되어가며 유치원 등의 기관에서 단체로 온 아이들이 합류하며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였다.
나가자마자 신나서 사탕을 향해 돌진하는 첫째
우리 첫째는 아직 어리고 키가 작아 (실제로 대부분 110cm~120cm는 되어야 혼자 탈 수 있었다)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탈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퍼레이드를 포함한 '구경' 목적 만으로도 충분히 좋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부모 동반 하에 탈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회전목마나 모노레일은 부모 동반 하에 아이도 탈 수 있어서 사람도 없는 김에 원 없이 탔다. 그런데 우리가 예상 못한 점은, 임산부는 모노레일을 포함해 거의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노레일 정도는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탑승 금지'라 쓰여있어서 결국 아이와 나만 탑승했다.
(좌) 무서워서 아빠 손을 꼭 잡으면서도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함 I (우) 평일 오전이라 아이들이 없어서 텅텅 빈 회전목마 실컷 탐
오전 11시 40분 _ 점심 식사 (아쿠아플라자)
이곳저곳 구경하고, 회전목마를 2번, 키즈붕붕카 2번, 모노레일을 줄 서서 1번 타고나니 벌써 11시 30분이 넘었다. 밥을 먹으려 하니 이 때는 이미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와서 사람이 많이 차기 시작했고, 식당도 사람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쿠아 플라자에 가서 먹었는데, 나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외부와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데다 다른 아이들도 많고 유아 의자도 있어서 아이를 먹이면서 부모들도 간단히 챙겨 먹기 좋은 곳인 것 같다. 다만, 메뉴가 돈가스, 떡볶이 등이어서 아주 어린아이들이나 이런 음식을 먹이기 꺼려하시는 부모님들이라면 아이 음식은 싸 오고 어른들만 시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들어가 보면 아이들밖에 없다.
오후 12시 45분 _ 키즈토리아 입장 (선착순 + 13:00 ~13:50)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나오니 회전목마 근처에 <키즈토리아>라고 일종의 키즈 놀이터 같은 곳이 있었다. 입장이 선착순이고 이용시간이 1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평일이라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아 여유롭게 들어갔다.
들어가니 어른과 아이들의 신발을 신발주머니에 넣고 입장하는데, 엄청 큰 공간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들로 여러 장식물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아이들을 고려해서 모든 시설을 푹신한 소재로 만들어 뛰어놀아도 다칠 염려가 비교적 적어 좋았던 것 같다. 우리 첫째 아이도 들어가자마자 쉬지 않고 놀았는데, 어린아이들은 꼭 방문해야 할 장소인 듯하다. 물론 여기서 너무 힘을 빼서 나중에 퍼레이드를 못 봤다는 슬픈 이야기가....
오후 1시 50분 _ 퍼레이드 관람 (을 계획하다)
키즈토리아에서 즐겁게 놀고 나왔지만, 사실 아내와 내가 기획한 하이라이트는 오후 2시에 시작하는 '퍼레이드'였다. 애초에 롯데월드에 올 때 아이에게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그래서 키즈토리아 시간이 종료되자마자 서둘러 나와 퍼레이드 가장 앞자리를 잡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웠다.
드디어 기다리던 퍼레이드가 시작하고 엄청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던 그 찰나, 아이는 잠에 들었다.
아... 일어나라고 용사여... 오늘 모든 일정은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는데 ㅠㅠ
사실 불안하긴 했다. 보통 2시~3시에 낮잠을 자는 첫째의 루틴에다 키즈토리아에서 50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뛰어다닐 때, 그리고 유모차에서 과자를 집는 손이 조금씩 부정확(?)해진다고 느꼈을 때, 싸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퍼레이드로 워낙 시끄러워 '설마 잠을 잘까' 싶었는데, 정말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아내와 내가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중에 흔든다고 짜증 안 냈으면 기절한 줄 알았을 정도
아내와 나는 정말 이 상황이 믿을 수가 없어서 빵 터져버렸다. 이토록 슬픈 웃음이 있을까. 퍼레이드 전에 잠드는 것도 아니고 시작과 동시에 잠이 들다니...
오후 2시 20분 _ 퍼레이드 관람(을 포기하고) 귀가
아이가 너무 깊이 잠이 들어 만약 기다린다면 다음 식사시간이 될 판이었기에, 아내와 나는 빠른 판단(아이가 최근 감기를 심하게 앓아 컨디션이 100%가 아님을 고려했다. 축구 감독들이 주요 선수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이런 마음일까)으로 결국 귀가를 결심했다.
아이는 집에 도착해서도 차에서 약 30분을 더 잤다. 유모차와 카시트에서 낮잠을 2시간 넘게 자다니.. 얼마나 힘들었던 거니 우리 딸... 우리 종일권 끊었는데...
종합 후기
비록 퍼레이드는 못 봤지만,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만 1살 아이가 가도 충분히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위에서도 썼듯이 임산부는 거의 모든 기구를 탑승할 수 없으므로 임신하신 분께서 아이와 단 둘이 방문하면 기구 탑승은 어려울 것 같다. 몇 가지를 추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입장권
우리는 KT 멤버십 VIP 할인 (50%)을 받았고, 아내와 내가 각각 티켓을 사서 각각 50% 할인을 받았다. 다만, KT 멤버십은 온라인 예약은 안되고 현장 예매만 가능하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어플을 통해 카드할인은 라인 예매가 되는 것 같다.
현장에 가보면 태블릿이 잘 구성되어 있어 현장 구매도 금방 할 수 있었고, 젊은 사람들(=대학생 이하)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온 분위기라 현장 구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평일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36개월 이하 아이는 입장이 무료다. 다만, 입장 후 아이용 놀이기구 탑승을 위한 자유이용권(15,000)을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아이 손에 출입 인증용 도장도 찍어주는 감성이 남아있었다는.
2. 주차
T맵에 '롯데월드 어드벤처 주차장'으로 검색해서 방문했다.
참고로, '롯데월드 어드벤처 입구'가 계단 근처가 있고 엘리베이터 근처가 있는데, 유모차를 사용한다면 엘리베이터 근처인 <A220 (지하 2층 기준, 아래 그림 참고)> 인근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이걸 몰라 계단 근처에 주차해서 열심히 애들을 유모차에 태운 후 한참을 줄지어 이동했다는..
기본 3시간 무료이고 추가 요금으로 최대 3천원(?)을 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4시간을 넘겼음에도 사전 정산 때 별도 추가요금을 내지 않았다. 츄러스랑 점심을 많이 사 먹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3. 실내 온도
우리가 방문한 날이 영하 10도 넘게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실내라서 그런지 그렇게 춥지 않았다. 하지만 '바깥' 대비 춥지 않았다는 것이라 아이의 경우 두껍게 입힐 필요는 있겠다. 평소 겨울차림에서 패딩만 뺀 정도라고 생각하면 맞겠다.
아이 핑계로 정말 오랜만에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오니, 나도 아내도 어렸을 때가 새록새록 생각나서 참 신기하고 좋았다. 비단 우리와 아이뿐 아니라, 나중에 소식을 들으신 양가 부모님도 아내와 내가 어렸을 때 롯데월드를 데리고 가셨던 방문기를 얘기하며 같이 즐거워하셨다. 3대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롯데월드 어드벤처라니.
첫째가 퍼레이드를 둘째와 같이 보려고 일부러 잠이 든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에는 아마 둘째도 함께 가게 될 텐데, 그때는 근처에서 숙박을 해서라도 퍼레이드를 보고 오겠다. 둘 중 하나는 깨 있겠지 뭐
롯데월드에 홀딱 빠져버린 우리 귀여운 첫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