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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Feb 02. 2023

육퇴 후 야식을 끊다

육아의 보상심리에 대하여

2023. 2. 1. (수)


육퇴. '육아 퇴근'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육아의 일상에서는 아이가 밤잠에 들어야 부모가 온전한 자유시간을 보장받게 되는데, 육퇴 후 시간이란 쉽게 말하면 '이렇게 잠들기는 너무 억울한 시간'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는 육퇴 후의 낙이 아이스크림, 과자 등 야식을 먹으며 유튜브나 TV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먹은 간식이 식욕을 돋우는지 다른 간식을 또 먹게 되고, 그렇게 밤늦게 많이 먹다 보니 잠이 더 깨서 자는 시간이 늦게 미뤄지고, 그러다 보니 새벽까지 잠을 못 자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하고 소화도 잘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퇴 후 야식을 한동안 끊지 못했다. 육아의 보상심리가 꽤나 강했던 것이다.




1주일 간 육퇴 후 야식을 끊어 보았다.


지난주 아내의 권유로 방문한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고 여러 권고를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야식을 끊는 것이었다. 1주일치 한약을 덜컥 받아온 터라, 한약을 먹는 동안은 야식을 먹지 않기로 하고 지킨 것이다. 


야식을 끊은 지난 1주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야식을 먹지 못하니 저녁을 든든히 챙겨 먹기 시작했고, 육퇴 후에 출출하면 야식 대신 따듯한 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하루 중 물 섭취량도 늘어났다. 밤에 먹을 게 없으니 자연스레 잠에 드는 시간도 평소보다 앞당겨지게 되며 수면 시간도 늘어났고, 밤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인지 평소에는 먹지 않던 아침을 조금씩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오늘, 한의원에 다시 방문했을 때 한의사 선생님께서 내 얼굴을 보시더니 '맥은 짚어보나 마나 안색이 훨씬 좋아졌네!'라고 해주셨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도 내 안색이 1주일 만에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거울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 내 안색의 변화는 잘 모르겠으나, 몸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면 1주일 전보다 자고 일어나서 '찌뿌둥'한 느낌이 훨씬 덜해졌다는 것이다. 




육퇴 후 야식, 이거 하나 끊었는데 생활 전반에서 선순환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밤늦게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이 몸에 좋을 이유가 없긴 하다. 이 당연한 걸 이전에도 모르진 않았다. 단지, 육아의 '보상 심리'가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나 오늘 이렇게 고생했는데'라는 마음에 이왕이면 더 자극적인 것을 먹곤 했다. 생활 리듬의 측면에서는 이게 악순환의 시작이었음에도 말이다.


앞으로도 야식을 끊어보기로 했다. 야식 대신 따듯한 물 한잔을 마시며 브런치에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려 하는데, 집안 곳곳에 유혹이 많아서 걱정이 되긴 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일종의 금단 현상이 오려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따듯한 물을 마시고 있다. 배고프다. 거실에 포카칩이 있는데. 빨리 자야지.


(오전 7시 30분) '아빠 얼른 일어나. 동화책 읽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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