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 가족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것
2023. 2. 6. (월)
가정교육이란?
흔히들 '가정교육'이라 하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일방향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을 떠올린다. 나도 결혼 전, 특별히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가정교육은 부부가 서로에게 배우는 점들을 의미할 수도 있고, 심지어 부모가 아이로부터 배우는 점들도 포함할 수 있는 입체적인 개념이 아닐까 한다.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고 모두가 동일한 성격, 성향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가족 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인사성을 배우다.
아내와 나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그중 하나가 '인사성'이다.
아내는 인사성이 매우 밝다. 아내를 처음 만난 대학원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었는데, 살다 보니 더 그렇다. 경비아저씨에게도 '아버지'라고 하며 먼저 인사드리고, 복도에서 청소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어머님'이라고 인사드리곤 한다.
결혼 후 첫 크리스마스, 오븐에 쿠키를 구워 경비아저씨와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들에게 드리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윗집과 옆집에 떡을 들고 찾아가 '아이가 태어났는데 새벽에 혹시 울 수도 있어 미리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사실은 옆집이 무슨 일인지 소리를 자주 지르시고 윗집은 밤 9시에도 청소기를 돌리는 집들이라 나는 정말 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렇게 나쁜 맘을 먹으면 안 된다'는 아내를 말릴 수 없었다.
평소 경비아저씨에게 간단히 목례만 하던 나와는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어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는데, 아내와 계속 같이 다니는데 나만 옆에서 뻣뻣하게 있는 것이 민망해서 나도 먼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동네에서 '인사왕'이셨던 아버지에게도 못 배운 인사성을, 결혼하고 아내에게 배웠다.
이런 아내와 줄곧 함께 다니는 낯가림쟁이 첫째 아이도 인사를 잘한다. 특히 아파트 1층만 가면 경비아저씨가 앉아계신 곳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보곤 하는데, 아저씨가 계시면 씩 웃으며 고개를 꾸벅하고 손을 흔들며 먼저 인사를 드리곤 한다. 경비아저씨도 처음엔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러워하시더니 이제는 아이에게 활짝 웃어주시고 말이라도 한 번 더 걸어주신다. 한창 부모를 따라 하는 시기인 첫째 아이는, 그렇게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아내로부터 인사하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아내로부터 시작된 우리 가족의 인사습관 때문에, 우리 셋이 1층에 가면 다소 시끌벅적해진다. 계단에서 청소 아주머니를 마주치면 '안녕하세요(아내)' '안녕하세요(나)' '안냐(아이)'가 겹쳐서 울리고, 아이가 손을 다 흔들고 아주머니도 화답해 주셔야 다음 단계인 경비 아저씨에게로 넘어가곤 한다. 곧 아들내미가 태어나서 4명이 되면 1층을 나오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웃기는 걱정이 든다.
가정교육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와 아이는 '식탁예절'도 아내에게 배웠다. 식탁에서 핸드폰 하지 않고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 먹고 나서 차려준 분(거의 대부분의 경우 아내)에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기, 식사할 때 이곳저곳 불필요하게 움직이지 않고 음식에 집중하기 등등 매우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글로 쓰면 새삼스럽고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사실 어른인 나도 생활 속에서 지키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내가 아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은근히 찔릴 때가 많아 눈치를 보곤 했는데, 눈치를 보느니 같이 배우면서 고치기로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아. 가정교육은 아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구나.'
물론 아내와 가끔 서로 관점이 다르고 살아온 습관이 달라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수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우리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이런 부분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맞춰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의 이런 '다른 점'을 서로 '배울 점'으로 바라본다면 앞으로 서로 '배우고 맞춰나갈 점'은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이다.
아이도 지금은 나이가 어려서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워가지만, 앞으로 자라며 친구, 선생님 등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부모인 우리가 겪었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 나갈 텐데, 그 과정에서 부모인 우리가 아이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가 자라나는 것이 우리 가정의 새로운 선생님이 육성되는 것 같아 기대되기도 한다.
가정교육을 그 이름 그대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고 한다면, 부모와 자녀를 불문하고 가정 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또 배움을 줄 수 있는 가족만의 소중한 특혜이자 기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