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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Feb 11. 2023

아이도 응급실에 갔다

3일 동안 같은 응급실에 두 번 가다.

2023. 2. 11. (토)


아내에 이어 첫째 아이도 코로나에 걸렸다.


"안 되겠다. 응급실 가자."


어제 저녁 즈음이었다. 첫째 아이 머리가 조금 뜨거워 열을 재보니 38.5도. 해열제를 먹이고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두 줄이 떴다. '아. 코로나구나.'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밥 잘 먹고 잘 놀기에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조금씩 쳐졌다. 체온을 재보니 딱 40도. 해열제를 먹고 2시간이 지났는데도 오히려 체온이 1.5도가 올랐던 것이다. 해열제로 열이 잡히지 않는 것도 문제인데 열이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응급실에 전화를 했더니,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결과가 양성이면 이미 양성판정을 받은 아내가 격리실에 들어가고, 결과가 음성이면 자가진단키트 음성인 내가 격리실에 들어가서 간호하면 된단다. 막상 응급실에 가보니 다들 정신이 없어서 음성인 나도 격리실에 같이 들어가긴 했지만.


결국 저녁 9시, 아내와 나, 그리고 꿀떡이는 응급실에 갔다. 그리고, 첫째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왼쪽이 아이 검사 결과 (선명한 두 줄), 오른쪽이 나 (선명한 한 줄) 


아이와 응급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어른에게도 차가운 곳이 응급실이겠지만, 아이에게는 더 차가운 것 같다. 응급실 자체가 낯선 장소인 데다, 그중에서도 격리실은 다들 시퍼런 색 가운에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다니니 아이가 너무 무서워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아픈 것도 서러운데 무서운 사람들이 와서 코도 찌르고 배도 들춰보고 혀도 누르고 하니 나중에는 울다가 지쳐 '히잉'소리만 냈다. 격리실 침대가 차갑고 딱딱해서인지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침대에 눕지 않겠다고 해서, 의사 선생님 진료를 받기 까지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며 안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진짜 압권은 수액 주사였는데, 간호사님이 손을 잡자마자 울기 시작해 주사침이 들어가니 자지러지며 발버둥을 쳤다. 아내가 토닥이며 팔을 잡는데도 워낙 발버둥이 심해 피가 많이 났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는데, 밤이 너무 늦기도 했고 많이 울기도 하여 기운이 빠져 곧 잠이 들었다. 


마음이 불안해서일까. 자는 중에도 계속 발버둥을 치며 깨기에 평소 집에서처럼 아내와 내 눈썹을 만지게 해 주니 잘 잤다.


'그래도, 응급실에 가길 잘했다.'

오늘 새벽, 수액을 다 맞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나누었던 생각이다. 


밤이나 새벽에 아이가 아파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면 일단 응급실에 가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기가 길 수도 있으나, 밤이나 새벽은 생각보다 길다. 그 긴 시간 동안 인터넷을 보며 노심초사할 바엔 가까운 응급실에 가서 전문 의료인 진료를 보는 게 부모 체력을 고려했을 때도 장기적으로도 낫다고 본다. 


우리도 진료를 보기까지 1시간 정도 대기를 해야 했지만 접수, 문진, 코로나 검사 등을 빼면 대기 시간이 길다고 느끼진 않았고, 접수 직원분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따듯한 곳에서 대기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고열 자체보다 목 붓기, 숨소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폐렴 등 다른 가능성을 보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씀해 주셨고, 첫째 꿀떡이는 열은 40도를 넘겼지만 숨소리도 좋고 물과 음료도 잘 먹고 소변도 잘 보니 예후가 좋다고 안심시켜 주셨다. 다만, 지금은 좋지만 앞으로 2~3일 동안 잘 보고 기침 소리가 '컹컹'거리거나 숨 쉬기 힘들어하면 망설이지 말고 다시 오라고 명확히 가이드도 주셨다


수액 주사도 맞을 때는 아이가 고통스러워해서  '혹시 수액을 안 맞으면 안 될까요 ㅠㅠ'라고 말씀드리기까지 했지만, 막상 주사가 들어가니 열이 빨리 떨어져서 집에 돌아와서도 좋은 상태로 밤잠을 잘 수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러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답이었달까. 


12시간이 지난 지금, 다행히 간 밤에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잘 노는 중 
나만 잘하면 된다. 


이제 우리 집에는 두 명의 코로나 환자가 있다. 곧 37주인 만삭 임산부 아내와 만 1살 꿀떡이. 재미있게도,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3명 중 2명인 환자들이 거실을 지배하고 멀쩡한 내가 마스크를 두 겹 쓰고 방에 격리되어 밥을 먹고 있다. 


먼저 확진된 아내는 4일째인 오늘 기침 빼고는 큰 증상이 없어서 다행이고, 꿀떡이도 지금 잘 놀다가 약을 먹고 낮잠을 자는 중이다. 열도 나긴 하지만 응급실에서 처방해 준 약이 잘 드는지 38도를 넘지 않는다.


이제 나는 아플 없다. 꿀떡이도 앞으로 2~3일 동안 보아야 하고, 몸을 움직이기 힘든 아내를 대신해서 집안일도 해야 하며, 찰떡이가 태어나면 적어도 100일은 '나 죽었다' 생각하고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감염예방도 잘해서 우리 집에 활짝 코로나를 피해보려 한다.


'잘 이겨내기',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응급실 사진을 볼 때마다 멘탈이 무너질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이겨내야 한다. 


잠결에도 내 손을 꼭 잡고 잠든 꿀떡이 (아내가 너무 애틋해서 찍으면서도 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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