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월요일이 딱 38주가 되는 시기이고 아내의 배가 많이 내려온 것을 보아, 곧 둘째 찰떡이가 나올 예정인가 보다. 첫째 꿀떡이도 딱 38주 0일에 산부인과 검진날 저녁에 진통이 시작되었으니 이상할 건 없다.
사실 첫째 때는 경황이 없긴 했어도 오롯이 아내와 나 둘 뿐이었어서, 병원에 갈 때나 가족분만실에서 출산을 할 때도, 그리고 출산 후 회복하는 과정이나 조리원에 오고 가는 길 모두 내가 아내와 함께였다. 양가 부모님께 수시로 연락을 드리곤 했었지만, 코로나가 극성이기도 했고 딱히 도움을 받을 것도없었다.
그런데, 둘째를 기다리는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첫째가 아직 어리다 보니 고려할 것이 많다. 거기다, 아내가 이번 둘째 출산 때는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고 바로 집에 와서 회복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즉, 아내 출산 후 둘째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기간도 2박 3일 정도로 매우 촉박하다.
동생이 곧 온다는 걸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의 후유증인지, 이번 주 내내 유난히 엄마만 찾고 고집을 부리는 첫째 꿀떡이
내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휴직 중이라는 것이다.
아내 진통이 시작됨과 동시에 내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양가 부모님을 지휘하고 첫째 꿀떡이를 봐야 한다. 뭔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은데, 나도 둘째는 처음이라 뭐부터 시작할지 사실 막막하기도 하다.
고민만 하면 뭐 하나. 행동을 해야지. 일단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첫째 출산 때는 '남편용 체크리스트'만 만들면 되었는데, 이제는 온 가족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첫째 출산과는 완전히 다르다.
둘째 출산, 이렇게 복잡할 일인가.
(둘째 진통 시작 시) 가족 동선 체크리스트
꿀떡이 친가 및 외가가 모두 동원된 이동 패턴
출산 후 내가 해야 할 행정업무 요약 (향후 추가될 수 있음)
출산 후 내가 해야 할 둘째 맞이 업무 요약 (이 모든 걸 2박 3일 안에 다 완료해야 한다)
찰떡아. 건강히만 나오너라
준비할 것도 많고, 준비한다고 해도 완벽히 안될 것도 많겠지만, 첫째 아이 때도 그랬듯 결국 다 지나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저런 체크리스트 하나 놓치는 것보다, 둘째가 건강히 나와서 우리 품에 안기는 것이다.
물론, 첫째 꿀떡이가 둘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방안들이 인터넷에 많은 것 같은데, 오히려 남매 관계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수십 년 간 남매 관계를 겪어온(?) 사람으로서, 이건 결국 부모가 노력해서 되는 부분이 있고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너무 세부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부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왔든 나중에 왔든 모두 우리에게 찾아와 준 소중하고 예쁜 존재라는 사실을 계속 알려주고 느끼게 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걱정에 조리원을 안 가기로 결정한 아내도 참 걱정이다. '서양에서는 원래 조리원 안 간다'며 큰 소리를 치고 있는데, 아마 본인도 생각이 많을 것이다. 첫째 때 가족분만실에서 출산의 모든 과정을 옆에서 생생히 본 나로서는, 아내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이런저런 걱정이 많이 된다. 하지만 이 문제도, 막연히 걱정만 할 필요 없이 아내가 집에서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내가 첫째 꿀떡이와 더 잘 놀고 둘째 찰떡이를 더 보고 집안일도 하나라도 더 하면 되는 것이지 않을까 한다.
오늘, 첫째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둘째 합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런 이야기를 했다. 첫째 꿀떡이를 낳고 아내와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는데, 분명 몸은 훨씬 더 힘들고 생활에 제약도 훨씬 많아졌음에도, 이 아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찰떡이가 합류해 네 가족이 된다는 것. 몸은 더 힘들어지겠지만, 행복은 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