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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Feb 18. 2023

휴직을 하니 주말이 두렵다

육아휴직의 최대 장점, 평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2023. 2. 18. (토)


육아휴직의 최대 장점, 평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그중 하나가 평일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주말엔 어딜 가도 사람이 많고 뭘 해도 비싼 반면, 평일에는 그 반대이니 말이다. 숙박을 예약하더라도 평일이 저렴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더라도 평일에 한산하다. 병원도 마찬가지고.


육아휴직 후 평일을 활용해 많은 곳을 다녔다. 강원도 여행도 다녀왔고, 경기도에서도 여러 곳을 다녔고, 서울 인근 동물원이나 과학전시관도 예약이 가능한 시간을 찾아서 맞춤형(?)으로 돌아다녔다. 비단 아이와의 여행뿐 아니라, 평소 가기 어렵던 치과나 한의원 등에 방문해서 진료도 보고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시작할 수도 있었고, 은행이나 동사무소에묵힌(?) 업무들도 처리할 있었다.


평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육아휴직의 최대 장점이었다.


평일 오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 아무리 1월이라도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 
평일 오전, 용산 아이파크 몰에서 찍은 사진. 주말이면 카페에도 앉을 자리 찾기가 어려운데 평일 오전에는 저렇게 한산하다.


육아휴직을 하니 주말이 두렵다


그런데 이렇게 평일의 맛(?)을 보고 나니, 오히려 주말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주말엔 도로에서는 차가 밀리고, 어딜 가도 사람이 많고, 도착하더라도 주차가 어렵다. 그래서, 육아휴직 후 지난 두 달여간은 평일에 열심히 놀고 주말에 쉬는 패턴으로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와 첫째 꿀떡이의 코로나 격리가 끝나고 나니, 그간 집에만 갇혀 있던 첫째가 많이 답답해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타이밍 상 이번 주말에 외출을 해야 하는데, 사람도 많고 주차도 어려웠던 옛 기억을 떠올리니 벌써 괴롭다.


한 예로,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주말마다 즐겨가던 곳 중 하나가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이었는데, 토요일 오전 개장 후 1시간만 지나도 주차장이 차로 꽉 찼다. 아내와 나는 사람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에서 아침을 일찍 먹고 개장 전인 10시 15분에 미리 가곤 했다. 여유 있게 이른 점심을 먹고 커피도 마시며 넓은 곳에서 아이랑 놀다가, 사람이 미어터지기 시작하는 오후 2시쯤에 집에 돌아오곤 했다.

작년 초가을 주말 오후 1시 즈음, 조금씩 사람이 많아지던 김포 현대 아울렛 (주차장은 이미 엄청난 전쟁 중)


위 사진은 그나마 괜찮은 날이라 사진을 찍을 여유라도 있었지, 원래 점심시간 즈음에는 아기의자 쟁취전, 식탁 쟁취전, 줄 서기 전쟁, 주차장 자리 선점 전쟁 등 여기저기서 아빠엄마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매주 주말마다 가던 김포 현대 아울렛이지만, 집에 돌아올 때마다 아이도 부모도 기진맥진이었다. 물론 아이는 신나게 뛰어노느라 기진맥진이지만.


이번 주말에 어디 가지?


지난 두 달여간, '한적함'을 최우선에 두고 평일을 즐겨서일까. 오랜만에 주말 외출을 앞두니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일단 토요일에는 아침에 꿀떡이의 상태를 보고 집 앞 놀이터에서 놀거나 정 많이 답답해하면 김포 현대 아울렛이라도 다녀올 예정이다. 일요일은... 토요일 밤에 상황을 보고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휴직 전에는 그렇게 기다려지던 주말이 이토록 길게 느껴지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코로나 격리 중 블록으로 아이와 함께 만든 집 모형. 소 인형이 굉장히 답답해 보이는데... 밖에 나가자는 무언의 압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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