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둘째 찰떡이는 조리원도 가지 않은 쌩신생아(?)의 신분으로 집에 와서태열, 황달 등 집에서 신경 쓸 것이 많았기도 했고, 첫째도 갑작스러운 동생의 등장에 당황스러워하여 상대적으로 내가 둘째에게 신경을 쏟기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산후도우미 선생님은 둘째의 배꼽 관리부터 태열, 황달 등을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다. 아내의 산후관리뿐 아니라 남편인 나의 식단과 건강까지 신경 써주셨고, 엄밀하게 말하면 업무 범위에 들어가지 않음에도 첫째 꿀떡이와 놀아주시거나 매일 새로운 간식을 만들어주시거나 놀이를 알려주시기도 했다. 처음에는 선생님을 낯설어하던 꿀떡이도 주말만 되면 '선생님은 어딨나아~?'하며 선생님을 찾곤 했는데, 당장 내일부터 꿀떡이가 선생님을 찾으면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하나 난감하기만 하다.
선생님이 주신 떡꼬치를 들고 와서 혼자 야무지게 먹는 꿀떡이 (안 뺏어먹을게...)
선생님과 함께한 지난 20일 동안 우리 가족은 한 단계 성장했다.
엄마인 아내는 선생님께서 둘째를 봐주시는 사이 마사지도 받고 병원도 다니며 몸을 회복했고, 아빠인 나는 틈틈이 선생님이 첫째에게 해주시는 간식들을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둘째의 성격, 성향 등에 대해서 공유하고 논의했다. 첫째 꿀떡이는 이제 '찰떡이 울어. 엄마 얼른 가서 맘마 줘요!'라고 말할 정도로 둘째 찰떡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둘째 찰떡이는 아직 40일도 안된 아기가 5kg를 훌쩍 넘기고 황달도 없어지고 태열도 좋아졌으며 빨리 안 안아주면 '끼야효!'라는 소리를 낼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개인적으로는 첫째 때보다 둘째 때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첫째가 있는 상황에서 신생아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특히 둘째 찰떡이가 집에 온 직후1주일 정도는 첫째 꿀떡이의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심했다. 심지어 꿀떡이는 스트레스성 건선도 생겨서 한동안 약을 바르기도 했고, 밤에 갑자기 놀라서 뛰어나오는 등 동생의 존재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아내와 둘째를 잘 신경 써 주시는 동안 아빠인 내가 첫째 꿀떡이를 전담마크(?)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많은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꿀떡이는 이제 찰떡이가 울면 가장 먼저 달려가 쪽쪽이를 물려주는 멋진 누나가 되었다. 근데 약간 '조용히 하라'는 뜻도 있는 것 같...
그리고 아무리 첫째를 한 번 키워봤다고 해도, 둘째는 성별도 달랐고 성격이나 성향이 첫째와는 많이 달라서 마치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기분이었다. 예를 들어, 첫째 꿀떡이는 입에 물지도 않던 쪽쪽이를 둘째 찰떡이는 항상 찾는다. 초반 1주일 동안 둘째 찰떡이가 아무리 안아줘도 계속 울기에 '얘는 왜 이러나. 어디 아픈가'했는데, 산후도우미 선생님께서 가만히 입모양을 보시더니 '혹시 빠는 욕구가 강한 아이일 수도 있다'며 쪽쪽이를 사서 물려주시자마자 허겁지겁 물고 그제야 잠드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다. 그리고 방바닥을 싫어하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방바닥을 유독 좋아한다는 것도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엉뚱한 걱정만 많이 하고 고생을 했을 텐데, 확실히 경험이 많으셔서 찰떡이가 뭘 원하는지 금방 눈치를 채서 알려주시고 매일 성장일지도 적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저렇게 작았던 찰떡이가 몇 주만에 고개를 들고 오동통 너구리가 되기 시작 (물론 누나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음)
선생님. 지난 20일 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모든 신생아 육아가 다 그렇듯 잠도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한 초반 한 달이었지만 너무 좋으신 산후도우미 선생님을 만난 덕에 무사히, 그리고 웃음이 끊이질 않으며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꼭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첫째도 그렇지만 둘째라면 추천'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사람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르니 최종적인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어제, 선생님이 평소 좋아하신다고 하셨던 이탈리아 음식점에 미리 음식을 주문해 점심을 함께 먹었다. 평소에는 내가 아침 일찍 첫째를 데리고 놀러 나가고 아내가 둘째 수유를 마치고 마사지를 받거나 병원에 가면 선생님이 둘째를 봐주시는 것처럼 각자 다른 업무(?)를 수행했기에 다 같이 모여 식사하거나 이야기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끝나기 전에라도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도 첫째 꿀떡이와 내가 병원에 다녀오고 아내도 병원과 마사지 일정이 있어서 하루가 금방 갔는데, 근무시간이 종료되었는데도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반찬을 한 아름 해주시고 찰떡이와 한참 인사하시다 가시는 선생님이 너무 감사하면서도 이 헤어짐이 아쉬웠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들이 '원래 부모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선생님. 약속드린 대로 올해가 가기 전에 꿀떡이랑 찰떡이 데리고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저희 부부 열심히 아이들 사랑하면서 잘 키워서 두 아이 모두 더 오동통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지난 20일 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