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찰떡이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키우고 있다. 18개월이 넘도록 통잠을 자지 않던 첫째 꿀떡이와는 달리, 찰떡이는 50일 즈음부터 알아서 밤에 길게 자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예 밤마다 8시간씩 통잠을 잔다. 얼마 전부터 네 가족이 한 방에서 같이 자다 보니 아무래도 소음이 많은 상황인데도, 구석에서 깨지도 않고 쿨쿨 잘 잔다.
그뿐인가? 쪽쪽이도 잘 물고, 모유든 분유도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며, 모빌만 틀어주면 한두 시간은 혼자 논다. 심지어 카시트 거부도 없어서 차에 태울 때도 울지 않고 출발하면 혼자 스르르 잠에 든다.
순둥이도 이런 순둥이가 없다.
쪽쪽이도 알아서 뱉어서 옆에 가지런히 놓고 주무시는 중
첫째는 예민한데 둘째는 순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내와 '찰떡이는 꿀떡이랑 다르게 참 순하다'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하는데, 이게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가 무의식적으로 두 아이의 성격을 너무 확정적이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사실 첫째 꿀떡이도 순한 면이 있고 둘째 찰떡이도 예민한 면이 있는데, 두 아이를 연달아 키우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두 아이를 비교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뜨끔했던 것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 눈에 보이는 기질이나 성격이 어느 정도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두 아이를 키워본 주관적인 경험'에 비춘 것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아이들이 부모인 우리의 말에 영향을 받아 본래 가진 기질대로 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꿀떡이가 '나는 너무 예민한가?'라고 고민하거나 찰떡이가 '나는 순하니까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부모로서 너무 슬프고 미안한 일이지 않은가.
부모의 편견에 갇히기엔 너무 소중하고 예쁜 우리 아이들
말조심 또 말조심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예민하다'와 '순하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을 조심해야겠다. 두 아이 중에 누가 비교적 예민하다거나 순하다고 느낀 것은 우리 부부의 주관적인 경험이고 입장이지 실제 아이들의 기질 (특별히 아직 발현되지 않은 숨은 기질이나 성격)이 아니기에, 아이들을 인격체로서 존중한다면 아무리 부모라도 말을 조심할 필요는 있겠다.
어린 두 아이들이지만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을 조심해야겠다. 그래서 꿀떡이도 자유롭게 순할 수 있고 찰떡이도 자유로이 예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