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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Aug 13. 2023

둘째를 맞이하는 아빠들에게

첫째 아이, 그리고 본인을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2023. 8. 13. (일)


둘째가 태어난 지 벌써 5개월


둘째 찰떡이가 처음으로 집에 오던 날 긴장을 참 많이 했다. 당시 쓴 글을 오랜만에 찾아 읽어보니, 정신없이 썼던 글임에도 군데군데 막막함이 서려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아래 링크 참고).  


신생아를 보는 게 걱정이었냐고? 물론 그것도 걱정이었지만. 사실 동생을 맞이하는 첫째 꿀떡이의 반응이 더 걱정이었다. 엄마를 독차지하던 꿀떡이에게 동생의 등장은 어떤 의미일까. 아내도 맘카페 둥 등 인터넷을 찾아보며, 첫째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건 '남편이 첩을 들이는 충격과도 같다'는 식의 말을 전해주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다들 어떻게 애를 둘, 셋 낳아서 키우는지? 은근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런데 막상 '둘째 맞이'를 경험해 보니,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힘들지도 않았다. 부모는 부모대로, 꿀떡이는 꿀떡이대로 찰떡이를 천천히 받아들였다. 결국 시간이 약이었달까?


혹시 5개월 전 나처럼 '둘째 맞이'를 걱정하는 아빠들이 있을까봐, 느낀점을 간략히 정리해봤다.

 


1. 첫째 아이를 과소평가하지 말 것
- 반복적으로 설명해 주기-


물론 꿀떡이는 동생의 존재를 힘들어했다.


처음에는 '얘는 뭐지?'에서 시작해서, '얘가 왜 아직도 집에 있지?', '얘가 왜 엄마한테 안겨있지?', '엄마가 왜 나를 안아주지 않지?' 등의 궁금증들이 뒤엉켜 혼란스러워했던 것이다. 수유 중인 엄마를 보며 '찰떡이 내려놓으라'며 엉엉 울 때도 많았고, 심지어 밤에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그런 꿀떡이를 보며 아내와 나는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꿀떡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동생의 존재받아들였다.


찰떡이가 태어났을 꿀떡이는 21개월 즈음이었는데, 또래보다 말이 빨리 트인 편이라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했다. 그래서 최대한 쉽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찰떡이는 꿀떡이의 '동생'이고, 우리는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갈 것이며, 꿀떡이는 맛있는 계란이나 수박도 먹지만, 찰떡이는 그런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오로지 엄마 '쭈쭈'를 먹어야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던 꿀떡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설명해 주니 본인도 찬찬히 동생을 관찰하면서 점차 하나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안겨 젖을 먹는 찰떡이를 가만히 보던 꿀떡이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찰떡이는 엄마 쭈쭈 밖에 못 먹어. 찰떡이가 쭈쭈 다 먹으면 엄마가 나 안아줄 거야."


신기하게도, 꿀떡이는 저 말을 하고부터 찰떡이가 젖을 먹는 것을 가지고 울지 않았다. 물론 다른 이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마침 엄마가 찰떡이를 안고 있다거나)로는 종종 울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찰떡이 때문에 우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부모가 반복적으로 쉽게 설명해 주니 생각보다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니 걱정되더라도 첫째 아이를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 아빠의 존재를 과소평가하지 말 것
- 아빠가 첫째와 더 많이 시간 보내기-



아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 동생의 등장과 함께 꿀떡이는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한동안 찰떡이 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분노를 내비치곤 했는데, '배신감'인지 '상실감'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아이에게서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게 '아빠의 존재'인 것 같다. 나 또한 둘째 합류(?) 후 꿀떡이와 더 자주 놀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오히려 마음이 불안한지 멀리 가는 건 싫다고 했다). 근처 놀이터에 가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인근 마트에 가서 꿀떡이가 좋아하는 과자도 사주고, 버블 장난감을 사서 집 근처에서 놀곤 했다. 집 안에서도 거의 전담마크(?)였다. 책도 많이 읽어주고 목욕도 더 자주 했다.


동생이 생기더라도 우리가 꿀떡이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아내도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출산 직후 몸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수유를 자주 해야 해서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빠가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리고 막상 해보니 어려울 것도 없다. 말을 청산유수로 할 필요도 없고, 딱히 심층적인 공감을 해줄 필요도 없다. 그냥 같이 있어주면 된다. 놀아달라면 놀아주고, 책을 읽어달라면 읽어주고, 안아달라면 안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터에 가던 길에 꿀떡이와 이런 대화도 했다.


꿀떡이: "....꿀떡이는 집이 싫어." 

나: "(당황) 진짜? 왜?"

꿀떡이: "꿀떡이는 엄마가 미워. 찰떡이도 미워."

나: "(더 당황) 아...그래?

꿀떡이: ".....(계속 걸어감)"

나: "(더욱 당황)어..엄마는 꿀떡이 사랑하셔!"

꿀떡이: ".....(놀이터 계단 오르기)"



어느 날 아침에는 빵을 먹다 이런 대화도 했다.


꿀떡이: "(빵 오물오물) 아빠."

나: "응?"

꿀떡이: "꿀떡이는 아빠 사랑해."

나: "(급 감동) 진짜? 아빠도 꿀떡이 너무 사랑해!"

꿀떡이: "아빠 꿀떡이 사랑해?"

나: "그럼! 아빠는 꿀떡이 너무너무 사랑하지!"

꿀떡이: "....그럼 아빠 찰떡이도 사랑해?"

나: "(식은땀 줄줄) 어? 어.......그...그럼...! 아빠는 다(??) 사랑하지!"

꿀떡이: "....(빵 오물오물)"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그런데 저런 즉흥적이고 엉망스런 내 대답에도 꿀떡이는 동생의 존재를 점차 받아들였다. 지금은 찰떡이를 안아주거나 가끔 기분이 좋을 때는 '찰떡이 사랑해!'를 외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찰떡이가 없으면 '어? 찰떡이는 어디갔찌이?'라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만약 첫째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시기라면, 아빠가 조금 더 신경 쓰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아빠에게는 첫째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젠 같이 있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 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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