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아닌 필수 with 디자인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기업의 비(非)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이 개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먼저 등장했다. 과거 투자자들은 기업의 윤리적인 행위와 상관없이 재무제표상의 실적으로 투자하였는데,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한 리먼 쇼크 이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등의 기후 이슈와 인종차별 문제, 인권보호 등 사회적 이슈가 대두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이 점차 강조됐다. ESG의 개념은 CSR에서 시작되었다. 소비자 또한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우선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기준이 바뀌면서 ESG는 기업들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들은 기업을 유지하고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며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기업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앞장선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어떻게 실행하고 있으며 또 어떤 방식으로 홍보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가 투자자와 기업 CEO에게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면서 부의 흐름이 ESG를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기 시작했다. ESG는 투자자본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 정부까지도 얽혀 있으며 계속 그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다. 환경은 물론 사회와 지배 구조에 대한 판단 기준을 포함하는 자산관리의 접근은 윤리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투자 성과와 관련되어 있거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보고서에서는 재무적으로 실체적인 영향력을 가진 이슈 또는 기준을 선별하였는데 기후변화, 직장 또는 공공보건 이슈와 질병, 인권 및 노동권과 정치적 권리, 기업신뢰와 기업 거버넌스(Governance)에 관련된 이슈가 그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ESG를 핵심 필수 가치로 생각하고, 미래 기술 혁신 및 서비스와 ESG를 결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ESG 사례 분석은 이해를 돕기 위하여 디자인적 관점의 결과물로 언론에서 많이 소개된 ESG 경영의 국내 사례를 환경, 사회, 지배 구조 순서로 2점씩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먼저 환경(Environment)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국내 사례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삼성전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용기가 초래하는 환경 문제에 공감하고, 2005년부터 디자인 단계에서 환경성을 고려하는 에코디자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신제품 포장재에 대해 개발 단계부터 환경성을 체크하도록 하는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2010년 탄소 배출량 저감 용기를 개발하고 친환경 용기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4월부터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해 TV 포장 박스를 반려동물의 놀이터나 소형 가구로 조립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를 선보였다. 전 세계에 출고되는 TV를 대상으로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의 각 면에 도트(DOT)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포장재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변경했다.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코드를 인식하면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에코 패키지는 CES 2020에서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를 인정받아 ‘CES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 측에서는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디자인 주도로 환경을 생각한 혁신 사례로 볼 수 있다.
덴마크의 프리미엄 텍스타일(textile) 브랜드 바드라트(Kvadrat)와 협업하여 버려진 500ml 페트병을 1병당 2개의 S20+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드는 등의 업사이클링 굿즈를 제작하였다. 소비자의 작은 소비가 환경을 생각하는 혁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삼성은 제품 전 과정에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적용, 에너지 효율 강화, 유통 시 필요한 완충재를 종이와 나무 재료로 대체하는 등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Social)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국내 사례는 ‘GS칼텍스’와 ‘네이버’다.
GS칼텍스는 주유소에서 친환경 미래 운송 수단인 드론의 운용 거점으로 활용하여 탄소를 줄이고, 이동 효율성을 높일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여 소외계층이나, 도서지역 주민들에게 기술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ESG를 실천하려는 노력에서 탄생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회적 혁신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 사이트로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보관한다’는 기업 철학을 담은 데이터 센터 ‘각’을 운영한다. ‘각’은 일반 데이터 센터가 사용하는 연간 에너지 사용량의 69.1%를 절약할 수 있다. 국제적인 친환경 건축 인증 제도인 LEED(v2009)의 신축 건물분야에서 데이터 센터로는 전 세계 최초로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네이버는 디지털 사회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동시에 파트너사를 위한 ‘온라인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자가 진단’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네이버와 한국생산성본부(KPC)가 함께 운영한다. 네이버와 구매 거래 관계가 있는 파트너사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인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함께 성장하고 중소 파트너사가 ESG 경영의 이해도를 높이고 체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온라인 ESG 교육’ 등 다양한 맞춤형 지원책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배 구조(Governance)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국내 사례는 ‘SK텔레콤’과 ‘카카오’다. SK텔레콤은 환경부로부터 그린 통신 기술 ‘싱글랜(Single Radio Access Network)’이 탄소배출권 1,117톤을 인정받은 바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콜 서비스인 ‘누구(NUGU)’를 이용한 돌봄 케어를 가치 있게 제공하였다. 지자체와 협력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사회적 관심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경영 체계의 핵심은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와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5대 위원회로부터 비롯된다. 지배 구조를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지배 구조는 대외적으로 홍보해야 알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는 공동체 전체의 ESG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총괄 조직으로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를 신설하고 각자 대표 체제 전환으로 ESG 경영의 강화를 예고했다.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고 건강한 지배 구조 문화를 확산하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상생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기업이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 경영보고서’에 SDGs 달성 여부도 함께 게재해 ESG와 SDGs는 같은 맥락임을 알려주고 있는 좋은 사례다. 정성적 목표와 감성적 구호가 가득하던 ESG를 1.0 버전으로, 그다음 진전된 ESG를 2.0 버전으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 3월부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ESG 평가 사이트 ‘ISS ESG gateway’를 오픈했고 여기에 SDGs 부분 평가점수가 기재되어 있다. SDGs 점수는 –10부터 +10 사이로 책정되는데, +10에 가까울수록 SDGs에 기여한다는 의미고, -10에 가까울수록 SDGs에 방해되는 활동을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SDGs와 ESG 경영은 비슷한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작품시리즈4 ] 우리는 언젠가 미세플라스틱의 태양을 맞이하게 되 것이다. 플라스틱과 자연의 오염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SDGs연계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