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연재2 [부산을 바꾸는 디자인]
(2024.09.18) 부산일보 연재기사 _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2. 서면역
영상 광고판 등 조도 높아 피로감
여름엔 발열로 실내 온도도 높여
헷갈리는 환승 표시부터 개선해야
색약 등 다양한 층위 배려도 필요
■조도 높은 디지털 광고 줄여야
지난 6일 오후 3시에 가까운 시각, 부산디자인진흥원 강필현 원장, 배기범 진흥본부장, 크로스컬러디자인연구소 박영심 소장((사)동남권디자인산업협회 이사)과 함께 서면역을 찾았다. 부산진구 부전동 영광도서 방향의 9번 출구에서 도시철도 서면역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양옆 시야가 머무는 위치에 디지털 광고판이 연속으로 이어져, 병원 광고가 반복되고 있었다. 손을 대보니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대합실에는 기둥형 디지털 광고판이 연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 성형외과·피부과 광고로 사람 몸집보다 더 큰 얼굴이 반복적으로 화면을 스쳐 지나갔다. 성형 전후 비교 같은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광고판 때문에 환승 안내나 출구 표기 같은 꼭 필요한 정보는 잘 보이지 않았다. 배 본부장은 “디지털 광고판의 조도가 높을수록 눈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조도를 대폭 낮추고 승객 시야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 유지하면 이용객 편의가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이날 동행한 디자인 전문가들은 광고를 피할 수 없다면, 광고 일부분에 공익 정보나 환승 안내 등을 담도록 개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교통공사도 서면역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 재정 여건상 수입 증대가 필요하고, 서면역은 광고업체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 광고판이 많다”며 “서면역 1호선 대합실의 디지털 광고판의 숫자를 7점에서 4점으로 줄이고 눈 피로와 발열이 적은 신형 매체로 개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용객 중심의 정보 전달 필요
부산교통공사가 올해 1~9월 1일 평균 승하차 현황을 집계해 보니, 서면역은 하루 평균 5만 8000명이 승차하고, 6만 3000명이 하차하는 부산 최대의 환승역이다. 1일 평균 이용객 2위인 연산역의 하루 승차 인원이 2만 7000명, 하차 인원이 2만 6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서면역 이용객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역사 안내 표기가 너무 낡았거나, 다양한 이용객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눈에 띄었다. 일부 구간에는 1호선 타는 곳과 2호선 타는 곳의 화살표 표시가 겹쳐 있기도 했다. 박 소장은 “서면역을 자주 이용하지만 이용할 때마다 환승이 헷갈린다”면서 “각종 안내 표지판이 있지만 화살표만 보고 따라가다 보면 전혀 엉뚱한 곳을 가는 경우가 있어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날도 서면역에서는 다른 승객을 붙잡고 환승 방향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공공 디자인의 목표 중 하나인 정보 전달에 실패한 셈이다. 바닥에 설치한 환승이나 출구 방향 안내가 낡아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시민 이 모(35·해운대구) 씨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일본어를 하나도 몰랐지만 환승을 쉽게 할 수 있었다”며 “바닥에 스티커 형식으로 환승 동선을 알려줘 스티커만 보고 따라가면 돼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서면역 디자인 개선을 통해 환승 안내 체계를 바꿔나가기로 했다. 고령자, 색약자 등 다양한 층위의 이용객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바닥이나 벽 등에 설치하는 환승 안내에 ‘맞춤형 컬러 디자인’을 적용한다. 오는 12월까지 디자인 개발을 완료하고, 시민 체험을 거쳐 일부 승강장과 대합실 바닥 등에 설치한다. 내년까지 서면역 전체에 완성한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강 원장은 “2022년 전국 최초로 ‘부산 시민 공감 디자인단’을 꾸려 연산역의 이동 서비스를 디자인으로 혁신한 적이 있다”면서 “디자인 개선으로 환승 시간이 40% 단축되고 발 빠짐 사고가 거의 사라졌다. 서면역 역시 이동 정보전달 체계 디자인 개선을 통해 부산이 자랑할 만한 중심지로 혁신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영심 디자인씽커
디자인의 개발은 마케팅과 수요를 중시하는 회사에서는 "소비자를 위한"에 포커스를 두어 잘 팔릴 것인지에 대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디자인 정책과 공공디자인은 사용하는 시민, 사용하면서 보완해 나가야 하는 모든 시스템들은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전공자도 물론 있지만 비전공자)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면 작은 민원 하나하나를 애쓰려고 노력도 해야겠지만, 객관적으로 내가 사용자가 되어, 이방인이 되어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디자인전문가가 다양한 제안을 할 때 믿어주고 들어주고 시민들의 생각을 듣는 만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멀리 그다음 도시계획까지 생각을 보태어 "더 나은"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 한다면 아름다운 부산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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