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컬러[디자인숲] 음악, 미디어 그리고 색(백남준회고展)

미디어거장백남준색

by 컬러코드




TV는 많은 거점을 확보할 것입니다.
쇼핑, 도서관 조사, 여론 조사, 건강 상담, 사무실 간 데이터 전송 및,
1001개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TV는 정보 및 사회 구축의 새로운 에너지이며 가칭 '브로드밴드 통신 네트워크'라고 부르게 될 것입니다.

1974년 백남준(1932-2006)이 TV를 보고 예측했던 말입니다. 그냥 놀라울 따름입니다.

42세 때에 한 말씀이네요. 그가 고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93세의 나이입니다.


분명, 예전에는 'TV는 바보상자다'라는 말씀을 부모님께 듣고 살았었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TV는 매우 유용한 매체입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TV만 있어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계실 테지요. 물론 각종 매체들이 영상으로 가득하지만 그래서인지 이제는 TV가 바보상자라고 말하는 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도 적어진 듯합니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그 당시의 전쟁, 사회적 현실을 생각해 볼 때 녹록지 않은 시기로 '새로움', '혁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지금 작품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서선은 어떨까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백남준아트센터와 공동기획하여 백남준의 회고전인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전시 중입니다. 누구보다 미래를 선명하게 내다본 예술가에게 헌정하는 전시이며 로봇, 기계, 악기 및 기타 예술품을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 상황의 섬뜩한 예언적 성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 며칠 공감각에 대한 예술가와 색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마침 전시를 다녀오고 현대미디어아티스트와 색에 대한 글로 이어지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부산현대미술관 김가현 학예연구사의 글을 빌리자면 백남준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탐구하고 직진했던 인물로, 종교를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결합하고 자신의 죽음 이후에야 실현될 기이한 기계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전시는 3부로 나뉩니다.

부산현대미술관 2층에서 1층 입구를 내려다본 모습, 굿즈샵,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2층에서 시작하여 1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이며 무료입니다. 오디오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휴대폰 완충과 이어폰은 필수입니다. 하단오거리와 명지 사이에 위치하고 천연기념물 제179호 을숙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부산권의 문화 플랫폼의 역할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야외공간, 지하 1층 전시장, 어린이예술도서관, 카페도 있는 알찬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간혹 하늘에는 비행기도 발견할 수 있어 주말 가족 문화예술공간으로 안성맞춤입니다.



1부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 : 1960년대 초반~1980년대 중반"


제가 계산을 잘 못하지만, 1960년이면 백남준이 28세 되던 때인 것 같습니다. 1963년 첫 개인전을 했다고 했으니 31살입니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나이이지만 원래 음악가로 훈련을 받았던 백남준은 결국 아방가르드* (하단 설명 참조) 예술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는 1960년 플럭서스 그룹에 초대되었고 여러 기록물과 실제 영상으로 퍼포먼스를 기록했지요. 그 당시 존 케이지와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같은 음악 혁신가들이 작곡에 대한 문화적 실험을 주도하던 시기에 백남준 역시 음악에서 실험 예술로 이동한 또 다른 클래식 아티스트였습니다.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클래식 아티스트로써 작품의 제목에는 당연히 음악적 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실험적인 철학을 볼 수 있는 비디오 인터뷰, 드로잉, 사진, 포스터, 리플릿 등의 여러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로봇 오페라>라는 작품, 첼리스트 살럿 무어먼의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라는 작품으로 아방가르드 음악, 라이브 공연, 클래식 음악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약 30년 동안의 협업을 보여줍니다.



2부 "백남준 필름"


따로 마련된 극장 공간에서 이번 전시 기획의 시발점이 되었던 1973년 작 <글로벌 그루브>와 백남준 관련 다큐멘터리 <백남준:달은 가장 오래된 TV> 외 10개의 작품이 매일 상영됩니다. <글로벌 그루브>에는 우리 모두가 곧 각자의 텔레비전 채널을 갖게 될 것이라는 백남준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상영 타임테이블은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알고 가시면 더 알찬 전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한다면 언제나 스케줄을 아이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기에 아쉬움이 뒤로 남지요. 하지만 겨울방학 때 꼭 가봐야 할 전시인 건 확실합니다.



악기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이고 그만큼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술을 승화시켜 본인의 철학을 미디어에 담으려고 노력 헸음의 향기가 곳곳에 퍼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평생에 걸친 선불교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작품과 영사기, 스크린, 필름의 먼지와 흠집, 자신과 다른 관객의 그림자들이 빈 필름에 등장하여 완성시키는 등의 참여 작품은 진정한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큰 스케일과 잔잔한 명상적 공간의 <TV 부처>, <촛불 TV> 작품들로 이어집니다. 저도 살짝 등장해 봅니다.



3부 "백남준의 세계 : 1980년대 후반~2006년"


1층에서 마무리됩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제작된 'TV 로봇 시리즈'와 <걸리버>.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가 등장합니다. 전시를 관람하다가 도슨트의 설명을 반 정도부터 들을 수 있었는데 학생친구들이 많이 와서 재미있게 설명을 듣는 중에 걸리버 작품이 등장해서 더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물론 오디오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혼자 천천히 즐감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1980년대 TV로봇시리즈, 로봇 가족
<케이지의 숲-숲의 게시>, <걸리버>
<108번뇌>


이미 고인이 된 백남준의 회고전입니다. 그러면 누가 이 많은 작품을 이해하고 전시했단 말인가? 에 의문이 잠시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개념미술"입니다. 이미 그의 철학은 현대인들이 이해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전수되었기에 전시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것이죠.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래서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것. 함께하는 것, 이 시대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지요.


이 행성 안에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와 케이블, 유튜브가 나오기 오래전부터 백남준은 예술가들이 대양을 넘어 협력할 수 있는 위성 생중계를 최초로 실현했다.


예술에서 새로운 것이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되돌아가고, 스타일은 반복되고, 재구성된다.
어떤 혁신들은 막다른 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예외가 없는 혁신적인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백남준이지 않을까.

라는 김가현 학예연구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백남준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대한민국 출신의 미술 예술가"라고 나옵니다.

전시 2부 아방가르드의 고고학에서 이수영 학예연구사의 설명글을 보면 백남준은 확실히 디지털 유목민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지요.

'작곡가를 꿈꾸던 청년 백남준은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독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며 기존의 예술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플럭서스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을 펼쳤다.'라는 부분에서 전 세계의 문화를 익히며 삶을 항상 새로운 예술로의 여정으로 생각하고각 지역으로 떠났던 것 아닐까요. 우랄 알타이 사냥꾼들이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언제나 멀리 떠나 새로운 지평선을 바라보았듯이..


정착하고 싶지만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저도 살짝 닮은 꼴인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 당신은 무엇을 하는 디자이너인가요?라고 물으면 묻는 말에 대답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는 글까지 쓰고 있으니 이제는 나에게 조금 더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일 무언가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롤모델을 가슴에 품고 나와 비교하며 노력하는 동기부여를 가집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나의 아이덴티티도 정리가 될 것이라 믿으며 존케이지의 4분 33초를 감상합니다.



마지막 출구 앞 텍스트는 마음의 큰 물결을 일으키고야 맙니다. 만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과거를 잊고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만,

오늘은 문득 나의 과거가 스치네요. 어쩌면 예전부터, 어릴 적 환경이 중요한 이유이겠지요.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국기게양대 앞에 서서 전교생을 대표로 애국가를 지휘하던 4/4박자의 손동작을 회상하며 처음의 떨렸던 담담함이 굳어지고 지금의 내 모습의 DNA로 정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은 매번 컬러카드를 작성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오늘은 아직 컬러카드를 만들지 못했네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을 다 쓰고 제작한 컬러카드는 거장들의 색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구성하는 색 R, G, B에서 중립에 있는 그린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숲을 상징하는 생태계의 색이지요. 아니 이 포스팅에서는 초록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래서 예술의 숲을 상징하여 초록색으로 배경을 선택하였습니다. 다양한 포퍼먼스와 매체로 가능성의 도전을 계속 실험한 미디어 영상의 중심의 빛은 흰색입니다. RGB를 모두 더하면 빛의 색 또한 흰색이지요. 희망의 개념을 더하여 연한 하늘색으로 글자를 선택하였습니다. 조금은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실험의 열정은 이미 재기되어 예술의 생태계가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고인의 대단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지금은 많이 유해졌지만 '대한민국 출신', 출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국 예술가'라는 말은 미국 국적을 가졌기에, 메국 에리조나에서 생을 마감하였기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구보타 시게코라는 일본 조각가인 백남준 부인도 작품에 큰 일조를 했겠지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서 공부했고 그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유럽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여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 놀랍고 놀라운 대한민국의 디지털 유목민의 DNA에 감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정을 앞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즘,

모두가 성장하기에 힘든 상황, 멈추어있는 시간은 준비의 시간이지요.

물론 잘 견뎌내야만 합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아방가르드*
아방가르드는 특히 문화적인 영역에서의 규범이나 현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운동이다.
급진적인 사회 개혁을 촉진하기도 한다. 아방가르드는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생긴 다다이즘에서 시작되어 입체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로 이어지면서 유럽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이다.
전위 예술(前衛藝術)은 예술, 문화, 사회에 대한 실험적•급진적•비전통적인 작업과 작가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종종 미적인 혁신과 생경한 거부감으로 규정되기도 한다.(위키백과 내용 요약)

프랑스어 avant-garde(영어로는 vanguard)로, 본래 의미는 근대 이전의 회전 전투에서 가장 앞 열을 맡는 부대인 전위대를 뜻하는 군대 용어이다.

#부산 #부산디자인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 #백남준 #백남준전시 #존케이지 #구보타 시게코 #디지털유목민 #백남준아트센터 #예술 #음악 #음악과 색 #색 #컬러 #디자인 #미술 #현대미술 #미디어 #아트 #전시 #부산전시 #부산전시추천 #부산어린이 #문화 #부산문화 #부산컬러 #부산의 색 #크로스컬러디자인연구소




※ 부산현대미술관

- 주 소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남로 1191

- 문 의 : 051-220-7400

- 관람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 전시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 휴관일 :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그다음 날 휴관)

- 입장료 : 무료 / 기획전, 특별전 등 일부 전시 제외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백남준 아트센터 홈페이지*

*4분 33초, 이곳의 모든 것이 음악이 된다 J.Cage*

*백남준과 존케이지*

*백남준의 아매 구보타 시게코의 예술*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컬러[빛의언어] 색과 형태를 작곡하며 리듬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