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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0] 공감을 노래하는 결

poco a poco, 조금씩 조금씩

by 컬러코드

Poco, 콧노래처럼 공감을 속삭이는 소녀


엄마는 모른다. 결이 세상을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는지. 결은 열 살이다.

그녀는 세상을 마치 비밀 노래처럼 속삭이며 즐긴다.

오늘도 눈을 뜨며 작은 질문들을 던졌다.


'오늘은 어떤 색이 나를 감싸줄까?' '오늘은 어떤 기분을 담아갈까?'



비밀스러운 점 하나

결은 아침에 조용히 커튼을 열었다. 부드러운 햇살이 방 안을 어루만지는 순간, 작은 점 하나가 반짝였다. 바닥에 놓인 낡은 종잇조각이었다.

“이건 어디서 왔을까?”

결은 아무도 모르게 종잇조각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그녀만의 비밀이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점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이 되고, 공감도 그렇게 조용히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 조각이 오늘 하루를 기록하는 작은 노래의 첫 음표가 될 거라고 속삭였다.

그녀는 종이를 손끝으로 살짝 문질렀다.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귀에 스며들었다. 마치 오래된 이야기가 손끝에서 피어나는 듯했다. 결은 눈을 감고 살짝 웃었다.

‘이 작은 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또 어디로 흘러갈까?’

그녀는 살며시 종이를 펼쳤다. 안에는 삐뚤삐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비밀을 간직하는 사람은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

결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건 누가 남긴 걸까? 누구의 속삭임일까?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웃었다. 오늘 하루가 또 하나의 작은 공감으로 채워질 것만 같았다.



몰래 훔쳐본 세상

학교 가는 길, 결은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리듬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는 늘 "빨리 가야지"라고 하지만, 결은 천천히 걷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결은 천천히 걸었다. 그래야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들려오고, 보였다.

구석에 앉아 길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보였다. 사람들은 할머니를 스치듯 지나갔다. 하지만 할머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할머니의 시선 끝을 따라가 보니 하늘에는 한 마리의 새가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할머니, 뭘 보고 계세요?” 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는 천천히 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새가 바람을 타는 걸 보고 있단다. 아주 자유롭지 않니?”

결은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새의 날갯짓이 마치 하나의 선율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속삭였다.

“어쩌면, 이렇게 가만히 있어야만 들리는 것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날 이후, 결은 종종 발걸음을 멈추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속삭임, 그리고 하늘을 유영하는 새의 춤.

그녀는 또 하나의 비밀을 발견한 듯했다.



마법처럼 퍼지는 향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결은 엄마와 함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따뜻한 핫초코를 주문하고 손에 꼭 쥐었다. 부드러운 컵의 감촉, 코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향기.

“이건 꼭 마법 같아.”

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손끝에서 퍼지는 온기, 입안에서 부드럽게 감싸오는 초콜릿 향. 세상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감각들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핫초코 한 모금을 마시며 또 하나의 비밀을 마음속에 새겼다. 따뜻함은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진다는 것을.

카페 안을 둘러보던 결은 조용히 창가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작은 노트를 펼쳐 놓고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순간 결은 궁금해졌다.

‘저 사람도 나처럼 비밀을 기록하고 있을까?’

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카페 문 앞에 적힌 문구를 보았다.

“따뜻한 순간을 기억하는 곳.”

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말, 오늘은 마법 같은 하루였다.



공감은 작은 속삭임에서 시작된다

결은 사람들이 자신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손길, 친구의 웃음, 선생님의 말투. 그녀는 그것들이 조심스러운 선율처럼 흐른다고 느꼈다.

“오늘은 내가 속삭이는 사람이 되어볼까?”

그녀는 친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기분이 어때?”

친구는 놀란 듯 잠시 멈추더니, 작은 미소를 지었다.

결은 친구의 손을 살짝 잡았다.

“난 오늘 빵집에서 초콜릿 크루아상을 먹었어. 엄청 따뜻하고 달콤했어. 너도 좋아할 것 같아."

친구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정말? 나도 한 번 먹어봐야겠다.”

공감은 큰 목소리보다 작은 속삭임에서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웃음의 전염 실험

결은 또 다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조용히 웃어보기.

“안녕.”

그녀가 가볍게 속삭이며 웃을 때마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지나가던 경비 아저씨도 자연스럽게 따라 웃었다.

어떤 친구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여?” 하고 물었고,

어떤 선생님은 “결,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어?”라며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

‘공감도 웃음처럼 전염되는 걸까?’

결은 몰래 일기장에 기록했다. 이건 그녀만 아는 비밀이었다.



콧노래처럼 세상을 속삭이며 바꾸다

결은 이제 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아주 작은 속삭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조용히 듣는 것, 부드럽게 말하는 것,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살며시 손 편지를 남기는 것,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것.

결은 설레는 마음으로 공기를 가르며 걸었다. 문득 한 소녀가 결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 미소가 바람을 타고 결에게로 전해졌다. 결은 그 순간을 가슴에 담고, 작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은 오늘도, 내일도 조금씩 공감을 배워간다. 아무도 모르게, 콧노래처럼 부드럽게.

Poco a poco, 세상을 다정한 선율로 디자인하며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어 볼까?


* 음악 용어 *
poco | 포코 | 조금, 조금씩
Poco a poco | 포코 아 포코 |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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