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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1] 호기심 소녀, 결

A Piacere, 자유롭게

by 컬러코드

A Piacere, 자유롭게


결은 열 살이다. 그녀의 하루는 정해진 박자가 없었다. 음악에서 ‘a piacere’라는 말처럼, 그녀는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늘 "시간 맞춰 움직여야지"라고 말했지만, 결은 시간을 따라가기보다 시간을 느끼고 싶었다.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눈을 뜨며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어떤 소리가 나를 부를까?’



호기심이 이끄는 길

아침 공기가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결은 커튼을 젖히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때, 골목 저편에서 희미한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어디선가 흐르는 음악. 하지만 길거리를 둘러봐도 피아노가 있을 곳은 보이지 않았다.

결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섰다. 피아노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소리는 강해졌다가 희미해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결을 어디론가 안내하는 듯했다.

그녀는 길을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오래된 버스 정류장 벤치가 부서져 있었고, 어딘가에서 물이 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벤치가 조금 더 따뜻하면 좋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먼저였다.



보이지 않는 연주자

소리는 오래된 서점 앞에서 멈췄다. 결은 문을 살짝 밀었다. 딸랑, 문에 달린 작은 종이 울렸다.

서점은 책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찾고 있는 책이 있니?"

서점 주인이 다정하게 물었다.

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피아노 소리를 따라왔어요."

서점 주인은 빙긋 웃으며 책장 너머를 가리켰다.

"그 소리의 주인을 찾아보겠니?"

결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서가 뒤편, 오래된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건반 위에 닿아 있지 않았다. 단지 허공을 가만히 쓸어내릴 뿐이었다.

그런데도 피아노 소리는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상했다. 믿을 수 없었지만 분명 들었다.

결은 숨을 삼켰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까 지나쳤던 풍경들이 떠올랐다.

부서진 벤치, 새어 나오는 물, 버려진 신문 조각들.

어쩌면 이곳에도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는 걸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

결은 소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너도 소리를 듣고 있니?"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고 투명했다.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이야. 너도 들을 수 있어?"

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선율을 따라 걸어왔다는 걸 깨달았다.

소녀는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의 음악을 가지고 있어. 바람도, 빛도, 그리고 네가 가진 호기심도."

결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그동안 자신이 듣고 있던 것은 단순한 피아노 소리가 아니라, 세상의 작은 속삭임들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사람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벤치 디자인', '골목에서 들리는 물소리의 원인 찾기', '낡은 공간을 다시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건 음악처럼 자연스러워야 해.’



친구들과의 갈등과 해결

학교에서, 결은 친구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견이 엇갈렸다.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거야!" 결이 말했다.

하지만 친구 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렇게 해야 해."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생각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결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건 음악과 같아. 조화를 이루려면 먼저 들어야 해.’

내 말을 먼저 들어줘. 부탁이야.

결은 친구들의 말을 하나씩 천천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각자의 아이디어를 조금씩 섞어볼까?

서로의 생각을 반영하면 더 멋진 디자인이 나올 수도 있어."

친구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동의했다.

각자의 의견을 반영해 보며, 그들은 마침내 모두가 만족하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세상을 디자인하는 아이

결은 다시 서점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전과 또 달라 보였다.

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작은 리듬을 만들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서로 다른 박자로 겹쳐지며 하나의 곡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의 귀에는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선율.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는 듯한 기묘한 멜로디였다.

결은 한 순간 주머니 속을 더듬었다. 그곳에는 오래전 주운 낡은 악보 조각이 있었다. 악보 속의 불완전한 음표들. 결은 이 소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면서도 뒤를 한 번 더 돌아보았다.


A piacere. 자유롭게. 그녀의 호기심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를 어디로 이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음악적 용어(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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