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gro, 빠르게 명랑하게
Allegro, 빠르게 명랑하게
현실에서 작고 긍정적인 변화를 발견하고 실천하려는 결이.
결은 눈을 떴다. 꿈이었다.
그 아름답고 부드럽던 병원은 이불속에서 깨어나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상했다. 병실의 공기조차 어제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결아, 잘 잤니?”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자리에서 잠을 설친 듯 보였지만, 입꼬리는 피곤함을 밀어내고 있었다.
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여전히 조용히 자고 있었지만, 얼굴이 전날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결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났다.
링거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리, 병실 바깥을 오가는 발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뽀드득 청소 소리. 모두 어제와 똑같은 병원 소리였지만,
결은 그 리듬에서 어쩐지 경쾌함을 느꼈다.
“이 리듬, 피아노학원에서 배운 Allegro 같아.”
결은 작게 중얼거렸다.
빠르지만 무겁지 않은, 어수선하지만 생동감 있는 박자.
여기는 여전히 병원이지만, 결의 눈에 세상은 조금 달라졌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좋은 아침이에요~”
간호사 언니가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결은 무심코 그녀의 팔에 달린 작은 배지를 보았다.
‘초보 간호사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라는 글씨가 있었다.
결은 배지를 보며 웃었다.
“간호사 언니도 어제보다 웃음이 더 많아졌어요.”
간호사는 놀라듯 웃었다.
“정말? 나 어제 좀 긴장했었는데. 고마워, 결아.”
결은 그때 깨달았다.
병원이 꼭 ‘크게 바뀌어야’ 좋은 곳이 되는 건 아니었다.
작은 인사, 작은 미소, 그리고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것만으로도 병원은 달라질 수 있다.
결은 주머니 속 노트를 꺼내었다.
어젯밤, 꿈에서 적었던 문장 아래에 살짝 이어 적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살피고, 작게 웃고, 먼저 말을 건넬 수 있다면—그것도 디자인이다.”
결은 나무젓가락처럼 앙상한 펜을 쥐고 쓱쓱 또 몇 자를 더 적었다.
“예쁜 안내판보다 먼저, 예쁜 눈빛이 있으면 좋겠어.”
“자동문보다 먼저, 마음을 여는 말이 있으면 좋겠어.”
“병원은 기능보다 감정이 먼저 설계되어야 해.”
결은 일어났다. 병실의 작은 창문 틈으로 빛이 들어왔다. 오늘은 하늘도 맑았다.
결은 가볍게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오늘은 웃는 사람 세 명 찾아보기!”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웃었다.
“좋아. 내가 먼저 한 명.”
결은 침대 옆에서 조용히 눈을 뜬 엄마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
세상은 여전히 병원이지만, 결의 발걸음은 경쾌해졌다.
병원의 아침은 그렇게, 빠르고 명랑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결이 창가 쪽 작은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을 때였다.
반대편 침대 쪽에서 또래의 여자아이가 수줍게 다가왔다.
팔에는 주사줄이 연결되어 있었고, 손에는 작은 스케치북이 들려 있었다.
"안녕... 너, 어제도 봤었어. 이름이 뭐야?"
결은 놀란 듯 얼굴을 들더니 환하게 웃었다.
"나는 결이야. 너는?"
"나율이야. 나, 자주 병원에 와. 이번엔 좀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아."
결은 자리 옆을 가리켰다.
"여기 앉을래? 나, 오늘 아침부터 웃는 사람 세 명 찾기로 했거든. 너는 두 번째야."
나율은 쿡 웃으며 앉았다.
"첫 번째는 누구야?"
"간호사 언니. 오늘 웃는 게 어제보다 더 예뻐졌거든."
두 아이는 함께 웃었다. 병실의 공기가 훨씬 따뜻해진 것만 같았다.
결은 조심스럽게 노트를 펼쳤다.
"이건 내가 꿈에서 본 병원이야.
사람들 얼굴이 환하고, 누구나 무서워하지 않는 병원이었어."
나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치북을 펴보였다.
그 안에는 병원 복도에 강아지가 걷고 있는 그림, 병실에 작은 책장이 있는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내가 상상한 병원이야. 너무 닮았지?"
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우리, 같은 병원을 꿈꾼 것 같아."
그들은 나란히 앉아, 병원이라는 공간에 작지만 명랑한 꿈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 음악적 용어(빠르기)
Rubato | 루바토 | 전반적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곡의 어느 부분에서는 일시적으로 재량껏 빠르거나 느리게
Allegro | 알레그로 | 빠르게, 명랑하게
Adagio | 아다지오 | 침착하게 느리게
Andante | 안단테 | 조금 느리게, 나아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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