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ce, 부드럽고 아름답게
Dolce, 부드럽고 아름답게
결은 꿈 속에서 한 병원의 입구에 서 있었다. 익숙한 병원의 차가운 기계음과 삭막한 공기가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공간이었다. 문 앞에는 작은 정원이 있어 아이들이 거닐고, 환자들은 휠체어를 밀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이며 허브 향이 퍼지는 곳, 병원이지만 마치 커다란 집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유니버설 디자인, 모든 이를 위한 입구
병원의 문은 손잡이를 돌리지 않아도 결이 가까이 다가서자 조용히 열렸다. 바닥에는 계단이 아닌 완만한 경사로가 있어, 유모차를 탄 아이, 목발을 짚은 환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었다. 문턱이 없으니 어르신들이 발에 걸려 넘어질 일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음악이 들려왔다.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용히 흐르는 멜로디였다. 긴장한 얼굴로 병원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차분한 클래식이, 아이들에게는 동화 속 오르골 같은 소리가 들렸다.
부드러운 첫인사, 환자를 맞이하는 사람들
로비에는 환자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아닌,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안내자들이었다.
“어서 와, 많이 긴장했지?”
결이 올려다보니, 직원이 그녀의 눈을 맞추며 부드럽게 인사했다. 병원에 오는 일이 무섭고 긴장되는 게 아니라, 마치 오랜만에 찾은 따뜻한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고, 보호자들은 창가에 마련된 푹신한 소파에서 차를 마시며 환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다림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휴식이 될 수 있었다.
기계보다 손길이 먼저 닿는 곳
결이 접수대로 다가가자, 터치스크린이 아닌 사람이 직접 차트를 확인하며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한 할머니가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곁에 있던 직원이 무릎을 맞추며 눈을 마주쳤다.
“할머니, 오늘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할머니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냥... 몸이 조금 무거운 것 같아서.”
직원은 무조건 약을 처방하지 않았다. 대신 할머니의 손을 살짝 잡고,
“요즘 잠은 잘 주무세요?”
“따뜻한 차는 드셨나요?”
“주변 분들과 대화는 자주 하세요?” 같은 질문을 조용히 던졌다.
결은 가만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는 환자의 증상만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두를 위한 공간, 모두를 위한 병원
결은 병원의 복도를 걸었다.
문마다 딱딱한 글자가 아닌,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기들이 가는 공간에는 엄마 품에 안긴 아이 그림이,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에는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이, 수술을 기다리는 보호자를 위한 공간에는 따뜻한 빛이 드리운 조용한 방이 있었다.
병실 문을 살짝 열자, 환자들은 침대에만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간병사와 함께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거나, 라운지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병원이란 곳은 언제나 바쁘고, 차갑고, 검사와 치료만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마치 따뜻한 마을처럼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다.
기다림이 아닌, 머무는 시간
결은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창가에 앉았다. 창밖에는 작은 정원이 보였다.
그곳에서는 휠체어를 탄 환자가 자동 문턱 없는 출입구를 통해 쉽게 드나들었고, 아이들은 의사 선생님과 함께 웃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머무르며 삶을 나누는 곳이 될 수 있다면?
결은 문득 자신의 노트를 꺼냈다.
“병원은 단순한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곳이어야 한다.”
결이 마지막 글자를 적는 순간, 어디선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원하는 병원이구나.”
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창가 너머로 노을이 비치며 따뜻한 빛이 퍼지고 있었다.
결은 이불을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이런 병원이 있다면, 엄마도 나도,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 거야.”
그 순간, 결은 알았다.
그녀가 바라는 병원은 가장 ‘부드럽고 아름다운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병원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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