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오펜하임, 'Chamber'(꽃의 내부) | 박영심 디자인씽커
전국 어디서나 외부 조형물들을 왕왕 볼 수 있다. 공공디자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민의 안전, 편의, 미관을 고려하여 공공디자인진흥법 등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진정 주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교육이 안 되는 것 같다. 요즘 시대의 특성상 주인의식이라는 것을 잘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지켜야만 한다.
바야흐로 2011년 2월 해운대해수욕장에 부산에서 최초로 미국 출신의 설치미술의 거장 거꾸로 집으로 유명한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인 'Chamber'(꽃의 내부)가 설치되었다.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을 형상화하여 해운대해수욕장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즈음이었다. 2011년에는 서울에서 '디자인 서울'을 콘셉트로 한창 준비 중이었고, 부산에서도 2010년 부산비엔날레에 해운대구청의 위탁을 받아 작가를 선정하고 한국에서는 마지막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원에 설치된 'Impersonation Station(위장지)', 2007년 부산 시립미술관 야외 광장에 설치된 'Black(블랙)' , 2008년 부산 APEC 나루공원(영화의 전당 맞은편)에 설치된 'Electric Kiss(반짝이는 초콜릿)', 경기도 광주 백남준아트센터 건물 일대, 뒤쪽에 설치된 'Safety Cones(안전콘)', 2010년 10월 창원 추산 야외조각공원의 분수조각 'Falls'이 있다.
하지만 모르고 지나간다면 그냥 외부조형작품에 저런 게 있구나~하고 지나간다.
데니스 오펜하임은 암투병 중이었다. 201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되고 있는 과정에서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한 사연이 되었다. 그의 작품 'Chanber(꽃의 내부)'는 제작비만 8억 원이 들었고, 설치만 3개월(가로 8.5m X 세로 8m X 높이 6m)이 걸린 거대 작품인 것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직접 준공 과정을 지켜보고, 세상을 떠난 후에는 유가족들이 부산을 찾아 마지막을 지켜봐 주었다. 예술작품이란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는 것일까. 무한한 가치는 작가의 생존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들어보았는가. 무지에 의한 공공물이나 문화재를 훼손하는 주의다.
[부산 해운대 공공디자인이 달맞이언덕으로 이사 간 사건] 또한 '반달리즘'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예술품을 산업폐기물로 처분하여 8억 들여 설치한 작품을 200만 원에 마무리 지은 사건!
그 유명한 사건을,,, 지금 현재는 거의 모두가 잊어버렸다. 아니면 모르거나,
"Chamber(꽃의 내부)"작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다 염분의 공기 때문인지 녹이 슬고 있었고, 2016년 태풍 치바의 영향으로 파손이 되기도 했다. 해운대구는 보수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가 조형물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까지 받게 된다. 결론은 "철거"를 하게 되었는데, 과정의 문제는 대단한 외국의 설치작가의 예술작품이 폐기될 때까지 구청 내구에서만 처리했다는 점이다. 작품의 저작권 보유자인 오펜하임의 본인과 유족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와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은 커뮤니케이션인데 일방적으로 처리하였기 때문이다.
해운대 구청의 입장은 작품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철거 때 별도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저작권법에 의하면 예술 작품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하더라도 마음대로 고치거나 철거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이 보장받기 때문이다. 작가가 사망한 후라도 그가 생존 시 가져야 할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되어있다. 결국 작품을 구입한 소유자가 저작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내용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해외 미술계의 토픽까지 올랐고,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족들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즉, "대한민국 공무원의 불찰로 예술작품이 철거된 사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유명해졌다. 문제가 없다던 해운대구는 그제야 관련 내용을 다루는 회의를 열고 재검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후, 해운대구청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행정기관으로서 민원 해결에만 급급하다 보니 예술 작품에 대한 상식적인 절차를 소홀히 해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라고 말했다. 그 후 유족과 문화계 관계자들의 상처를 치유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공무원은 참되기 어렵다. 그 어려운 시험을 치더라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상식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철거된 작품에 대한 유지 동의 서명을 진행하여 1,000여 명의 서명지가 모여 유가족들에게 전달되었고, 여러 사람의 관심과 의견이 모여 재설치를 하기로 결정하고 재설치 비용 5억 원을 2018년 하반기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결정 사항에 따라 유족들은 다시 한국을 방문해 작품이 설치될 적합한 장소에 대한 검토를 지행하고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에 재설치하기로 결정되었다가 달맞이언덕의 예술인과 지역주민들의 요청으로 최종 결정되어 두 번째 꽃을 피우게 되었다.
지금 2024년 "디자인부산"으로 계속 살고 싶은 부산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곱씹고, 중요한 사안들을 스터디하여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행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선진지 견학으로 좋은 작품 보러 출장만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부산의 역사와 디자인에 대한 해안을 키우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공무원 또한 디자인, 예술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 층 더 디벨롭되는 나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늘 저녁은 달맞이언덕을 산책하여 이 사건에 대해 공감하고 반성하며 응원해 보면 어떨까.
타 지역에서 여행 와서 이런 스토리를 알아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성장 스토리의 역사로 발전할 것이다.
부산의 핫플레이스 중의 한 곳이니 꼭 멋진 작품 놓치지 말고 작품 속 꽃잎 사이사이를 걸어보면서 공유재산인 공공작품을 즐겨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