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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잔잔한채] 고여있지만 죽어있지 않은 곳, 늪지대

고여있는물빛늪지대색

by 컬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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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바다의 푸름이나 숲의 초록에 감탄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 조용히 숨 쉬는 땅이 있습니다.


바로 늪지대입니다.


늪은 한때 육지였고, 또 언젠가는 물이 지나가던 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물이 머뭅니다. 그 물은 흘러가지 않고, 스며들지도 않고, 잔잔한 채로 남아 주변의 풍경을 천천히 물들입니다.



늪은 물이 빠지지 않는 낮은 지형에서 형성됩니다. 지하수가 솟아오르거나, 강물이 범람하거나, 비가 잦고 토양이 배수를 막을 만큼 점토질일 때 물은 땅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렇게 고인 물은 수생식물이 자라고, 식물이 썩으면서 유기물이 쌓여 더 이상 물이 스며들지 않는 순환이 시작됩니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정지의 공간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늪을 덮은 부들, 갈대, 수련의 잎들의 짙은 갈색,

식물의 낙엽이 썩어가는 침전물, 철분을 머금은 진흙의 붉은색, 고인 물의 깊은 곳,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의 정적인 검푸른 물빛. 새벽이면 수면 위를 감싸는 수증기, 그 위로 날아오르는 왜가리의 실루엣의 투명하고 하얀 안개빛.


왠지 조용하게 움직이는 생명으로 가득한 색입니다.


청개구리의 연둣빛

물고기 비늘의 은회색

도롱뇽과 습지 곤충의 검은 점무늬

물잠자리 날개의 투명한 무지갯빛


늪은 마치 생명이 태동하는 고요한 자궁과 같습니다. 다양한 생물들이 이곳에서 알을 낳고, 숨 쉬고, 자랍니다. 먹이사슬이 조용히 돌아가며, 소리 없이 생명을 이어갑니다.



특히 경남 함안군 법수면에 위치한 늪지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제346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 늪지는 남강을 끼고 발달하였으며, 깊이 1.5~2m의 물속에서 다양한 늪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광주 안 씨 가문이 풍수지리를 근거로 보존해 온 유산이며, 덕분에 지금까지도 살아 숨 쉬는 늪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보풀, 자라풀, 줄풀, 세모고랭이, 창포, 개구리밥, 물옥잠, 골풀, 나 도미꾸리낚시, 애기마름, 마름, 가시연꽃, 붕어마름, 털개구리미나리, 노랑어리연꽃, 통발, 뚜껑덩굴 등 18종 이상의 고등 식물들이 이곳에서 발견되었고, 먼지말류, 돌말류와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도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늪의 색은 이 식물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순환의 리듬으로 더욱 깊어집니다.


가끔은 버려진 농기구의 녹슨 붉은색, 폐비닐의 바랜 회색이 늪의 풍경과 섞여 있습니다. 늪은 인간의 기억도 빨아들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생명은 피어납니다.


늪은 고요하지만 죽어 있지 않습니다.

그곳은 시간을 천천히 축적하는 공간이며, 빛이 스며드는 곳마다 색이 태어납니다. 물빛과 흙빛, 그리고 생명의 기척이 어우러진 고요한 팔레트입니다.


오늘도 늪은 말없이 속삭입니다.


빨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고요한 곳에서도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그 속삭임의 색을 기억해 보세요.

언젠가 우리 마음이 지쳤을 때, 그 색이 다시 당신을 안아줄지도 모릅니다.

나만의 매력에 빠질 준비되셨나요~

너무 빠져서 허우적대면 안 되지만 조용히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빛을 내는 시간도 꼭 필요하네요.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늪 #자연 #생각 #늪지대 #색상 #color #색 #디자인 #매력



*이미지 및 참고자료*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0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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