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빛하루살이색
어느 봄날, 물가를 걷다 보면 하늘하늘 춤추듯 떠다니는 작은 생명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하루살이.
태어나고, 사랑하고, 다시 사라지기까지 고작 하루 남짓을 사는 이들의 색은,
세상의 가장 여린 빛깔로 기억됩니다.
하루살이의 몸은 투명에 가깝습니다.
햇빛이 스며들면 은은한 크림색과 연한 회색빛이 어우러지고,
물비늘을 타고 오르면 금빛 미세 입자가 몸 위로 반짝입니다.
아주 가끔, 막 부화한 하루살이의 날개에서는
옅은 연두색이나 은회색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만, 곧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네요.
하루살이는 긴 시간을 물속 유충으로 지내다가,
마지막 단 한 번, 하늘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짧게는 몇 시간, 길어야 하루.
성체가 된 하루살이는 입이 퇴화해 먹지 못하고,
오직 짝짓기를 위해 온 생을 태웁니다.
삶의 모든 에너지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하루살이의 색은, 단순한 덧없음이 아니라 순수한 불꽃입니다.
최근 5월, 도심 곳곳에서도 하루살이 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벽면에 수십 마리가 모여 있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고,
한강 일대에서는 수많은 하루살이들이 떼를 지어 하늘을 수놓았다고 합니다.
하루살이는 애벌레로 1~3년 동안 물속을 살아가다가,
마침내 성충이 되면 입이 사라지고,
먹지 않고 살아가다가 이내 생을 마칩니다.
말 그대로, 하루살이는 굶어 죽는 숙명을 지닌 곤충입니다.
하루살이는 ‘먹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사랑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 선택은 잔혹하지만 동시에 위대합니다.
성충이 된 하루살이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종족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습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하루살이의 투명한 날갯짓은 우리에게 삶을 묻습니다.
“너는 오늘, 무엇을 위해 빛나고 있니?”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마지막 순간이 오겠지요.
그때를 두려워하기보다, 오늘이라는 작은 영원을 소중히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하루살이의 색은 조용히 우리 가슴속에 남습니다.
짧고 가벼운 듯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
한순간을 위해 준비한 긴 시간과,
그 마지막을 위해 바친 모든 에너지가 주는 교훈.
오늘, 우리의 작은 날갯짓은 어떤 빛깔로 남게 될까요?
벌써 8번째 브런치의 마지막 글입니다. 240개 이상의 컬러코드를 만들었네요.
부족하지만 작은 하루하루 조금 더 힘을 내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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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및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