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살온기맛오뎅색
어릴 적 긴 고치 오뎅을 나무젓가락에 꽂아 아이스크림처럼 들고 다니며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상만 마를 다 얻은 것 같은 마음으로 대장인 줄 알았지요. 손에는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 담긴 종이컵, 입가에는 소소한 행복이 번지던 그 순간. 그 오뎅 하나로 어른 대접이라도 받은 듯 뿌듯했던 마음은 지금도 길거리 오뎅 앞에 서면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의 모습으로도 반복되고 있지요.
우리가 다녔던 학교 앞에는 늘 떡오뎅을 파는 작은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떡과 오뎅을 번갈아 꽂아 먹으며 속삭이던 이야기들, 그곳은 단순한 간식 가게가 아니라 우리의 아지트였습니다.
길거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 국물 냄새는, 추운 날일수록 더 진하게 마음을 끌어당기지요.
그 속에 떠 있는 오뎅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과 기다림, 그리고 온기를 품은 음식입니다.
오뎅은 일본어 '오뎅(おでん)'에서 유래되었으며, 원래는 '덴가쿠(田楽)'라고 불리는 일본의 전통적인 꼬치 요리에서 파생된 음식입니다. 덴가쿠는 두부나 곤약 등에 된장을 발라 구워 먹던 음식으로, 이후 국물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끓이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뎅'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오뎅'이라는 이름이 대중화되었지만, 이후 한국 고유의 식재료와 국물문화가 더해져 '어묵'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부산을 중심으로 어묵 산업이 발달하면서, 한국식 오뎅은 단순한 일본식 오뎅의 전파가 아닌, 지역성과 창의성을 더한 독자적인 음식 문화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에서 찾아보니 '어묵'이 표준어이지만 저는 '오뎅'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묵은 왠지 조금 거리감이 있습니다. 부산사람들은 부산어묵이라고 하지 않아요. 부산오뎅이라고 하지요.
사실 '오뎅'과 '어묵'은 같은 재료에서 시작되지만, 사용하는 맥락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오뎅'은 보통 어묵이 들어간 국물 요리 전체를 지칭하며, '어묵'은 그 요리의 주재료인 생선살 반죽 제품을 뜻합니다. 즉, 어묵은 재료이고, 오뎅은 요리인 셈입니다. 저는 오뎅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지요.
또한 '오뎅'이라는 명칭은 일본어에서 유래된 외래어이고, '어묵'은 순우리말 또는 한자어(魚·묵을 뜻하는 목)로 바꿔 부르려는 움직임에 따라 정착된 표현입니다. 오늘날에는 국물 요리로 즐길 때는 오뎅, 다양한 가공 제품이나 볶음 요리 등에서는 어묵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사용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두 단어는 종종 섞여 사용되며, 따뜻한 정서를 공유합니다. 이 대목에서 어떤 단어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오리지널 부산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도 구분이 될 것 같아요.
오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부드럽고 정직한 시간의 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부산 영도에는 민간인이 운영하는 오뎅박물관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오뎅 체험관도 있지요. 역사와 재료에 대해 배우기 참 좋은 시스템입니다.
먼저 흰살생선(주로 명태, 대구 등)의 살을 발라낸 뒤 곱게 갈아 점성이 있도록 반죽합니다. 여기에 전분, 소금, 설탕, 약간의 기름, 그리고 때로는 채소나 새우, 오징어 등의 부재료가 들어가 감칠맛을 더합니다.
갓 만든 반죽은 보드랍고 약간 반투명한 유백색을 띠며, 모양에 따라 납작하게 펴거나 기다란 봉 모양으로 빚습니다. 이 반죽을 뜨거운 물에 삶아내면 점차 색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흰빛이 은은한 크림빛으로, 이어서 육수 속에서 다시 끓이거나 데우면 점차 누르스름한 베이지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육수는 다시마, 멸치, 무, 대파 등에서 우러난 맑고 깊은 갈색을 띠며, 오뎅의 표면에 그 빛깔을 자연스럽게 입힙니다. 표면은 육수에 젖어 살짝 반질반질한 광택을 내고, 안쪽은 포근한 식감과 부드러운 색조를 유지합니다.
색은 식재료가 열과 시간 속에서 어우러져 만들어낸 정성의 층위입니다. 베이지와 갈색이 겹쳐진 오뎅의 색은, 무심코 건져 올렸을 때 그 속에 녹아 있는 기다림과 정성을 보여줍니다. 옆에 아이들이 있다면 자연스레 질문 한 번 해 보세요^^ 오뎅은 무엇으로 만드는지요^^
부산 남포동의 포장마차 거리는 특히 저녁이 되면 진한 불빛과 김이 어우러져 도시의 또 다른 정서를 만들어냅니다. 그곳에서 맛보는 오뎅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따뜻함과 살아 있는 삶의 리듬을 담은 상징입니다. 포장마차의 노란 불빛 아래 누르스름하게 익어가는 오뎅은 부산의 소리와 냄새, 기억을 함께 끌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산 오뎅이라는 이름은 이제 단순한 지역 명칭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품질 높은 재료와 깊은 국물맛,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부산오뎅은 지역 정체성을 담은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것은 단지 맛있는 오뎅이 아니라, 부산의 문화이자 감성입니다. 부산을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꼭 사가야 할 필수 먹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지역 특산품으로써의 상징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재료와의 콜라보로 진정 종류도 너무 많지요~볼 때마다 예술적이고 감탄의 연속입니다.
어린 시절 하교 후 먹던, 직장 후 촐촐할 때 버스정류장 앞에서 먹던, 시장에서 마트에서 허기를 체워주던 컵어묵의 따뜻한 베이지,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친구와 나눠 먹던 갈색 국물, 비 오는 날, 남포동 포장마차 아래에서 바라보던 김,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어묵 하나에 웃음꽃을 피우던 나날.
오뎅의 색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스며 있는 풍경이자, 우리 마음속 온도를 조절해 주는 색입니다.
여름의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오뎅국물에 오뎅이 땡기는 오늘입니다.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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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