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우리동네무화과색
나는 33년을 주택에서 살았다.
옆집, 뒷집, 길 가다 이웃집 모두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 띵~똥~"
"야~ 뛰어!"
벨을 누르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들린다. "누구야~ 다음에 또 그러면 혼날 줄 알아~!"
어릴 적 어른들을 속이는 행위는 세대가 바뀌어도 무한반복되는 것 같다.
왜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모른다고 생각되었을까.
인간의 섭리인가. 경험부족이겠지.
"엄마, 저 초록색 열매 나무는 이름이 머에요?"
"응... 무화과나무야..."
초록색 큰 잎에 함께 매달려있는 열매가 신기하기도 했고 한참 딱딱해 보였다. 더워질수록 노랗게 익어가고 다홍색 자주색으로 변하는 색을 볼 수 있었다.
그냥 무화과라고 하니 무화과인 줄 아는... 전혀 한자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나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땅따먹기를 하다가 동백나무 옆에 핀 무화과나무는 1년이 지나도록 꽃이 피지 않는 걸까. 궁금했다.
그런데 엄마가 가을이 되었을 즈음~
자줏빛으로 멍든 것 같은 무화과 열매를 가지고 들어오셨다.
옆집에서 준 모양이다.
"이 열매를 잘라볼 테니 잘 봐~"
"......."
"열매 안에 꽃이 피어 있어~ 작은 씨가 가득 차있어~맛있는데 먹어 볼래?"
"오~~~ 씨가 씹히는 게 신기해요~"
그 뒤로 먹는 열매인 줄 알았기 때문에 간식이 별로 없던 시절.....
무화과 테러를 하기 시작했다.
키도 작으면서 무화과 열매만 보이면 입에 침이 고이고 입 벌리고 밑에서 기다린다.
한참~찬바람이 불 때쯤엔 하나씩 떨어져 있다.
나도 모르게 밟고는 아쉬워한다. 그 바닥은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무화과나무가 사라졌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아침에 나왔다가 밤에 들어가는 루틴으로 무화과나무를 제대로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다.
이제는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열매가 되었다.
달콤한 과육과 부드러운 속살에 악간의 쫀득한 섬유질 가득한 질감은 케이크 위에서도 잼으로도 디저트나 빵, 시럽, 와인에서 만날 수 있다. 매우 값비싸게 말이다.
순간, 소홀히 했던 나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사라져 간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섬유질, 칼륨, 칼슘, 철분, 비타민 A, 비타민K 등이 풍부해서 소화도 잘 되고 뼈 건강, 변비 예방에도 좋다 하니 어릴 적 조금 더 많이 먹어둘걸......
더운 여름이 가고 시원한 살랑바람이 불 때즈음에,,, 생각나는 열매다.
귀한 그 열매..
아픈 사람이 먹으면 아픔도 싹 사라진 다지~
내 인생 열매 안에 숨어있는 꽃을 찾아볼까... 무슨 색으로 익어있을까...
오늘, 나는 무슨 색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