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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엄마! 변신 안 해?
by
화필
Nov 18. 2021
238
어떤 날은 유난히 멍한 날이 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생각들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 그런 날.
등원 시간은 아직 몇 분이 남았다.
양치하고, 로션 바르고, 양말 신고, 가방 메고...
마스크까지 주섬주섬 들던 채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 변신 안 해?"
훅!!
팩트 폭행이다.
그랬구나.
그동안 나는 변신을 하고 나갔던 거구나....
얼른 변신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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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달아..."
코코아가 너무 달다.
순간 라임 맞추는 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그랬더니 채이가 갑자기
"가나다라 마마사 아자차카 마마사~"
어쭈!
한 술 더 뜨네!
하하하 그래 웃자 웃어.
이렇게 별거 아닌 거에도 웃으면서 사는 게 행복이지 뭐 별거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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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가 영어로 뭐야?"
한참 그림을 그리던 중이었기에 귀찮아서 대충
"알러뷰"라고 짧게 내 던졌다.
"엄마~~ 알러뷰우~~ 이거는 내 말 선물이야. 엄마는 내 소중한 선물이야.
그래서 어디든 나랑 다녀야 해~"
"헉!"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그런데 나는 감동받지 않은 척)
"헉! 그건 미저리야. 자유를 줘야 해"
(미저리가 뭔지도 모르는 애한테 )
"엄마 그럼~ 어디 갈 때 나한테 말하고 가~"
"헉....."
(넌 정말 소중한 나의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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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는 게 뭘까?"
"사는 거?"
그냥 혼잣말한 건데
대답 안 들어도 되는데...
"사는 거는 그냥 마트지!!"
"컥!!!! 아.. 아니... 살고 있는 거...!!"
"ㅇㅇ아파트에서 살고 있지!!"
"아니.. 그게 아니라.. 사. 는. 거!!"
"사는 건 마트지!!"
하.. 오늘도 딸과의 대화는 산으로 간다.
어기영차!!!
242
며칠 전 한글날을 맞아 열린 손글씨 뽐내기 이벤트에 낸 작품이 뽑혔다.
핸드폰으로 확인을 하고 있는데,
"엄마 나 알아"
"뭘?"
"이 사람!"
(세종대왕을 본 적이 있나 보다)
"누군데?"
"어... 음.. 음...."
(안다면서 생각을 오래 하네)
"어...ㅅ.... 삼종 대왕님!!!"
"풋!!!!!!!!!!!!!!!!!!!!"
채이의 머릿속에서 '세'가 '삼'이 되는 마법.
243
이 좁은 땅에서 또 확진자 뉴스다.
노파심에 유치원을 보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입에 먹을거리를 놓지 않은 채 내 뒤만 졸졸졸
참말로 잘도 놀았다.
슬슬 지쳐서 그냥 낮잠이나 재워야겠다 싶어졌다.
토닥토닥 어깨를 몇 번 두드리니 의외로 쉽게 잠든 녀석은
이후 두 시간 반이나 지난 후에 눈을 비비며 잠을 깼다.
밤이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밤 10시가 넘어도 말똥말똥한 채이였다.
등지고 누워 한참을 자는 척을 했다.
드디어 조용해졌다.
'힛.. 이쁜 넘.. 드디어 자나???'
하고 슬쩍 돌아누워 보는 찰나!
"오!!~ 우리 엄마! 보고 싶었쪄~!! 아잉 우리 엄마아아아~~~"
으으으으...
여태 안 잤다고?
끓어오르는 분노가 함께였지만 애교 장전하고
엄마가 보고 싶었다는데 어찌 혼을 내나 싶어
그저 웃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11시가 되자 잠이 들었다.
휴...
이제부터 낮잠 안 재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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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의 브런치입니다. 육아하며 캘리그라피를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화필의 육아일기는 간단하고 맛있는 브런치 같은 그림과 글입니다. 가볍게 공감하고 순간을 즐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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