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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마음이 처음으로 가볍다.
무겁게 오른 기차에 다시 오를 때엔 제발 가벼운 걸음으로 오르길 바랐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기도를 열심히 하고 정말 바라는 마음이 커서, 신이 도와주었기에 가벼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해온 무거운 걸음들이 쌓여 결국 가벼워졌을 뿐이다.
모든 일이, 내가 약 일 년 간 겪은 일 보다 덜하진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사건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기 마련이고, 인간의 감각은 미련해 무뎌지기 마련이라. 지난 일들이 지금 내게는 별 거 아닌듯 느껴지듯이. 그저 그때 그때 잘 버티는 수밖에 없다. 무너지지 않아야지, 그래야만 한다.
오래된 아이팟에서 흐르는 음악이 귀을 편안하게 적신다. 세상 이렇게 따뜻한 기분을 얼마만에 느끼는지 아마 당신들은 모를 것이다. 알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난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걸 듣는 이 없는 허공에라도 말하고 싶을뿐이다.
오늘은 하늘도 예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이지만, 늘 그렇듯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따뜻한 물에 오래 잠수하고 싶다. 기억 나지 않는 오래 전, 내 엄마의 양수 안에서 헤엄을 쳤듯이 말이다. 그만큼 지금 너무나도 마음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