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에세이
기억으론 스무살 때인 것 같다. 대학교 초년생일 때, 필수 전공 과제의 하나로 어두운 밤의 흔들리는 고층빌딩만 주구장창 찍었던 기억이 있다. 고3 입시 후 봤던 고다르의 알바빌에 영향을 받아 찍었던 흑백 사진이고, 제목 또한 [알파빌, 2009]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린 내가 그 영화를 참 인상깊게 보았다는 걸 그로 인한 내 작업물(따지고 보면 과제였지만)을 통해 알았다.
수업을 마치고 오르는 스쿨버스. 그때 난 한창 음악을 들을 시기라 이어폰 하나로 세상과 단절이 되어있었고, 그 디프레스한 목소리들 사이로 보이는 버스 창 밖의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을 보았다. 그렇게 한시간 남짓 앉아있다보면 해가 지는, 혹은 져버린 고층빌딩으로 에워싸인 강남역에 닿게 됐었다. 버스에 내려 정류장에 발을 딛을 때 보이는 그 고층건물들이 깨나 두렵게 다가왔었고, 잿빛으로 가득한 도시가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결론은 시와 음악을 사랑하자 였지만) 말로 형용하기엔 내 언변이, 내 글쏨씨가 그를 뒷받침해주지 못하지만, 열정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나를 덮친 현실 이면이 난 두렵고 무서웠었다.
거진 10년 가까이 흘렀다. 퇴근을 하며 (아마도? 여기가 한강철교인지 다른 명칭이 있는진 확실하지 않다.) 한강철교 위에서 해가 없는 서울의 다양한 불빛들을 보았다. 고층 건물의 네모난 불빛들도 보았다. '... ...' 이 마음을 어떻게 적어야 난 잘 기록을 한 것일까. 이전처럼 두렵진 않았다. 무섭지도 않았다. 나는 이 사회의 일원이고(이는 내가 우주 최강 멋진 사람이라는 알을 깨부쉈다는 것), 불빛 속의 대부분은 당신들의 생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사라지며ㅡ. 다양한 마음들이 보였다. 그 다양한 불빛에서.
아들이 우주를 좋아해 나도 요즘 우주에 관해 많이 접하게 되는데, 우주를 통해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 중 COSMOS적인 우주의 느낌이랄까. 오늘의 그 다양한 불빛이. 그런 느낌이었다. 다들 제자리에서, 각자의 알파빌 안에서. 우리는 세포의 일원으로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