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달
그때, 내가 당신을 잃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 삶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을까?
내 생애 가장 빛나던 그때, 대학도 졸업하고 이제 막 꿈을 위해 달리기 시작하려고 했던 그때. 그때 내 옆에 있어주었던 당신. 내가 외로운 당신을 좀 더 안아주었더라면, 이별의 시간에서 내가 먼저 등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달라져 있었을까?
코 끝이 빨갛게 달아오르던 스물 넷의 겨울, 우리는 서울 어느 영화관 앞에서 처음 만났지요. 아, 영화관 안에 있던 카페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래도 그날 당신의 모습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코트를 입고 있었고 타이를 메고 있었어요. 내가 그동안 봐왔던 사람들과는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은 낯설었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그날의 당신 얼굴 선명하게 기억을 하고 있어요. 후에 당신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신과 나 처음 만난 날, 내가 당신을 바닥의 붙은 껌처럼 쳐다봤었다고. 처음이야 어쨌든 나중엔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봤었는데 알고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
(당신과의 첫 여행에서, 2013)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길지 않은 시간 사랑을 했었지요. 당신을 사랑하게 된 후, 난 가장 사랑하는 내 친구를 만나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 나 또 다른 날 만났어."
얼마전 그 친구를 만나 내가 좋아하는 흑맥주를 마셨었는데, 그날 그 친구에게 물었어요.
"**, 요즘 연애 안 해?"
그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나 요즘 또 다른 날 만났어. 그 사람은 몇 년 뒤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예전에 네가 말했던 ***씨가 생각이 났었어."
당신은 정말 빛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을 따라 나도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전혀 다른 두명이었는데, 왜인지 당신은 또 다른 나 같았고, 잃어버린 내 샴 같았어요. 당신은 내게 지난 시간의 자기 같다고 했었지요.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그걸 난 당신께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괜히 당신에겐 좀 더 쿨하고 멋진 여자이고픈 마음에 그랬다고 핑계를 댑니다. 그런 날 사랑했던 당신,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당신을 안아주지 못해던 마음에 전 아직도 가슴 한 켠이 저려옵니다. 먼 타지에서 홀로 얼마나 울었을까. 우는 당신에게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기만 해 미안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지난 당신을 보니 남은 건 열심히 사랑하지 못한 미안함과 안아주지 못한 미안함 뿐이네요. 정말 많이 사랑했었던 사람인데.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랑인데.
당신을 사랑하기 전 당신에게 작은 부탁을 했었지요. 고래가 나오는 꿈을 꿨는데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내가 보고 아는 그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됐어요. 여전히 잃지 않고 가지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림 뒷면의 편지, 당신이 날 떠나고 난 후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모르고 있었어요. 편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미안해요. 그 편지를 일찍 읽었었다면 당신의 마음을 좀 더 알 수 있었을텐데.
왜 그렇게 엇갈리기만 했을까요? 당신과 나. 왜 그 당시에는 난 몰랐을까요. 우리의 첫 만남, 날 붙잡았던 당신. 왜 그때 난 아무것도 몰랐을까요. 날 향했던 당신의 마음을 왜 몰랐을까요. 그리고 비밀이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있어요. 내가 당신께 특별했었다는 건 이젠 조금이나마 알지만, 당신이 날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당신이 날 사랑했었다면, 내가 그 사랑을 모르는 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겠지요. 아마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했을 겁니다. 그때, 당신은 서울을 떠나야하는 시점이었고, 그때, 나는 꿈을 시작하려던 시점이었으니. 운명처럼 당신을 만나 쉴틈없이 사랑에 빠졌지만, 당신과 나, 서로가 운명의 상대는 아니었나봅니다.
그 시간 속에서의 당신과 나, 우리는 서로를 하나의 호칭으로 서로를 불렀지요. 나는 당신의 달이었고, 당신은 나의 달이었어요. 그때 우리의 세상엔 두개의 달이 떠있었지요. 지구엔 달이 하나뿐인데, 당신과 내가 오만하게 우리의 우주에 두개의 달을 담아서였을까요, 그래서 우리가 결국은 이별을 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걸까요? 그래도 당신이 나의 달이었고, 내가 당신의 달이었던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가끔 어둠이 내리고 달이 차오른 날, 잠시나마 날 떠올려주세요.
(구름에 숨은 달, 2013)
사랑했습니다.
난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 기억이 죄는 아니니, 내 머리가 허락하는 날까지 난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제대로 한번 더 말하면 그 시간 속의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내게 가장 특별한 사람이었던 당신. 부디 행복하세요. 언제나, 어디서나 난 당신의 행복을 바라요.
(ps. 여담이지만 이제와 생각을 해보니, 당신은 달보다는 태양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아요.)
나의 달이었던 당신에게 당신의 달이었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