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에세이 #수필 #단문 #글
봄이 왔다. 마냥 싱그럽지만은 않은 봄. 젖은 계절이 되었다. 스쳐지나가는 푸른 잎들. 곧 더워질 것이다. 봄이, 그 옛날의 봄이, 더는 아니게 되었다.
비가 내린다. 겨우 핀 꽃들이 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같이 떠내려간다. 참, 예쁜, 꽃이었는데 ... ...
먼지가 가득한 계절이 되었다. 푸르른 빛보단 잿빛이 더 익숙해졌다. 이런 봄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랬는데.
젊은 이들의 청춘, 싱그러운 미소는 무채색 마스크에 가려졌고, 반짝이는 눈들은 각자의 작은 세상만을 바라본다. 이게 봄이다. 우리의 봄.
결국은 흘러간다. 이런 봄도 흘러 여름이 오고 잠깐 가을에 쉬었다 겨울에 닿을 것이다. 결국엔 끝없이 돌아갈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 또 반복. 그저 숨만 쉬며 깊어가는 주름만 만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슬프지 않다면, 이런 봄이 불행하지 않다면. 이런 봄 안에서도 나름의 의미들을 찾으며 삶을 걸어나갈 수 있다면, 난 여전히 푸른 청춘일 것이다. 새파란 푸름이 아닌, 깊고 진한 녹색의 푸름. 바다같고 산같음 푸르름.
난 여전히, 아직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