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글#일기#청춘#만남#헤어짐
그날이 오버랩 되었다.
당신과의 이별 후,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무작정 당신이 있는 곳을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던 그날.
그렇게 당신을 만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 앉아 손을 흔들며 헤어짐을 말했던 그날.
창가에 앉아 승장장 벤치에서 내가 준 청자켓을 입고 손을 흔들던 당신을 렌즈에 담았던 그날.
승강장에서 당신을 보내는 나를, 창가에 앉아 렌즈에 담는 당신을 보니, 그날이 떠올랐다.
언제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을 당신, 당신의 마음도 오늘의 나와 같았을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이별이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난 처음으로 당신을 담지 않았고, 당신은 처음으로 날 담아갔지.
오묘한 날이었다. 오묘하다는 말 이외의 다른 말은 찾지를 못하겠다. 인연이 아니라 생각했던 지난 사람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한 날. 지금도 오롯하게 떠오른다. 오늘, 그동안의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익숙했던 시간에, 오랜만인 만남의 회포를 채 풀기도 전 그동안 뱉지 못했던 말들을 뱉는 괜시리 슬픈 눈을 품을 듯한 모습의 당신. 그런 눈을 하고 열심히 뱉는 당신의 모습에서 곧 다시 예전의 빛나던 눈을 가진 당신을 볼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지.
많이 익어있었고, 간혹 곪은 상처도 보였다. 모든 걸 나누기엔 짧았던 시간이지만, 다시 만나 그리고 노래할 날을 기약하며.
오늘, 이전에 당신이 써주었던 편지의 한 구절이 이해가 되었다. 모든 말을 글로 풀지 않겠다는 당신의 편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의 어린 나. 그래서 외로웠을 당신. 여전히 당신을 떠올리면 아프다.
나 같은 사람. 그간 고생했습니다. 역시나 여전히 당신이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