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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영 Mar 07. 2020

나는 기록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기

지나가는 지금들이 아쉬워 무엇이 되었든 잡아두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 아마  다섯 즈음으로 기억한다, 에이포 파일 안엔 찢어진 노트에 휘갈겨 적은 내가 지은 시와 노래 가사가 가득했다. 음악을  거라며 베이스와 서태지와 함께 사춘기를 보냈던 나는 그때를 그렇게 간직했다.


이후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조금  디테일한 지금 수집을 했는데,  여러 가지 중 하나는  먹은 초콜릿 껍질과 사탕 껍질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이유는 그때 맛있게 먹었던  맛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당시 일기도 열심히 썼다. 에이포  정도의 스케줄러 앞뒤로 가득 하루의 사실적 일과와 감성적 느낌을 적어두었고, 공간이 부족하면 포스트잇을 덧데고 덧 데어 그날들을 이어갔다. 절대 다른 노트는 사진 않고서 말이다. 1 사이에 일 센티도 되지 않던 노트의 두께는 오 센티 가량이 되어있었다. 당시  보물 1호였다.


그러다 아이리버사의 반짝이고 붉은 전자사전을 가지게 되었는데, 겨우 1GB 외장 메모리에 무수한 메모장을 만들어 지나가는 순간들을 잡아놓았다. 동시에 당시 사용하던 폴더폰 메모장에도 열심히 무언가를 적었고, 글자 수 제한은 무수한 일기 1-1, 일기 1-2... 일기 1-9를 만들었다. 핸드폰과 전자사전의 용량적 제한은 주기적으로 싸이월드 비공개 게시판에 백업을 하며 해결을 했다. 이런 것들이 아직도 싸이월드를 탈퇴하지 못한 이유가 된다.


사진과에 입학을 하고  뒤론 조금  수월하게 수집을 했다.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잊지 않기 위해, 가지고 싶은 마음에.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사진을 찍었고, 무언가 마음이 동요되는 것들이 있음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 보니 싸이월드 게시판처럼 2TB 외장하드는 사진으로 가득 찼다.  안엔 내가 찍은 것뿐 아니라,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도 작가 이름, 매거진, 연도 별로 구분을  저장을 해두었다.


하루하루 했던  행동들이 모여 강박처럼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모으고 글을 쓰고. 그러다 보니 용량의 한계와 편의성에 부딪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클라우드엔 이십 대 초반의 작업용이 아닌 기록용 사진부터는  백업을 해두었다. 심지어 메모도 클라우드를 이용한다. 언제 어디서든 어느 기기로도 가능하게.


그러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기록과 작업의 경계가 불분명해졌고,  그간의 기록들이 쌓여 몇몇의 이미지로 그것들을 구현하면 어떨까 싶어 개인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에는 꾸준한 상담과 약도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기록에 집착하고 회의감에 빠지고를 반복했을 터였다, 


이런 내면의 작은 변화는 많은 실생활에서 버팀목이 되어  지지해준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촬영을 하며 이게 사진이 맞기는 한가...라는 회의감이 올 때라던지,  xx  하기 싫다.  x 같은 사회생활이라는 생각이 들 때라던지,  누구도 믿지 말자 나는 외톨이.. 흑..이라는 소속감 결여가 올 때라던지,  인생의 실패자야,  누구도  삶을 대신하지 않아, 아무도 몰라! 흥흥흥! 이럴 때라던지...  많이 잡아준다.


인간은 진화를 하는 동물이니, 스스로 살아야 함에 여기까지  듯하다.


서른 하나, 이천이십 년, 삼월 칠일 토요일  열두 시 이십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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