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일기 #단문
나는 SNS를 한다.
늘 매체가 변해왔다. 버디버디,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텀블러, 이글루스, 블로그스팟 등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적으면 이렇다.
원래는 종이에 기록을 하는 것을 좋아했으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언제든 복기가 가능한 매체를 이용하는 게 편해졌다.
요즘 주요 기록 매체는 인스타그램과 가끔 들어와 적는 브런치인데, 전자는 사진용, 후자는 일기용으로 사용한다.
기록을 하는 것은 내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데, 그중 하나는 생각의 정리. 즉, 현 감정의 조절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진보다는 글이 더 효율적이다. 사진. 즉, 지금 내가 보는 현시각의 세상을 캡처하는 것은 그 당시의 감정을 꺼내어 보는 데 효과적이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보는 그 장면은 그때의 시각과 지금의 시각이 달라 복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의 경우 직설적인 기록의 수단이기에 게시물을 공개했다 비공개했다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때때로 직면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반면 텍스트의 경우는 문자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한 장면인 사진보다 더 많은 감각을 요하기 때문에 보통 한번 기록을 해두면 오래 두는 경우가 많다. 사실 말이 화려할 뿐 전자는 행위가 용이하고 후자는 귀찮을 뿐이다.
무튼, 그러다 보니 오래전 잠가둔 옛 사진들을 다시금 보는 날이 종종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현 사용하는 계정의 옛 게시물 몇 개를 복구한 날.
이미지로 단순화된 SNS이다 보니, 일차원적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초반의 내 게시물은 블루계열과 모노톤이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는 다양한 색이 담긴 게시물이 많다는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아날로그적이 감성이 소실되어 좋지 않게 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도 하지만, 삶을 이렇게 색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결코 나쁘게만 변화하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그동안 나는 잘 살아왔고, 오늘도 잘 살고 있다. 내일은… 내일에 맡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