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에세이 #단문 #글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1. 크레인
2. 직선의 단정한 건축물
3. 올곧고 높게 솟은 나무
4. 밤바다
5. 십자가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 보면 이렇다. 위의 것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중 크레인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말해보려 한다.
늘 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언제나 자살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크레인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목을 매고 자살하는 사람의 모습 같아 보여 좋아하게 됐다. 곳곳에 있는 크레인을 보며 나는 감정이입을 했고, 자기 위안을 했다.
크레인을 좋아한 지 꽤 됐는데, 이젠 그 형태로 좋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요즘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는 않는다.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이 있기에 그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 어느 지점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 지점이 어떤지 예측할 수는 없으나, 차곡차곡 쌓인 시간 위에 있을 것. 무너지지 않을 것. 단단할 것.
잘 살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