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무것도 어느 것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지난 십 년의 인생이 지금의 이런 방어력 만렙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나만 믿는다. 겁이 많아졌고, 두려움도 파도처럼 커졌다. 다시 살겠다고 마음먹은 뒤 생긴 일종의 방어기제일지도 모르겠다.
십 년. 앞으로 십 년은 무너지지 않고 살아야 한다. 내가 어떤 똥을 싸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하는 내 아들을 위해.
서른하고 네 번의 해. 그 안에 그 친구와 함께한 10년, 어느덧 생의 삼분의 일 정도를 같이 살았다. 누구보다 내 맨 얼굴을 알고, 내가 출근을 하면 내가 벗어 놓은 잠옷으로 나를 마주했던, 이제는 조금만 더 크면 나를 지켜주고 챙겨줄 수 있다고 하는 고작 열 번의 해를 넘긴 작지만 큰 사람.
나는 마리아야. 너를 만나려고 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