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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일기 #일상 #글 #에세이

by 공영

괜찮아 진 게 아니고, 단지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잊은 게 아니라 떠올리려 애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쩌다 잠시 떠오른 지난 날의 시간이었는데, 그 여파가 무시무시하게 커 어떻게 헤어나올지 모르겠다. 아마 아이가 없었다면, 실질적인 정리는 빨랐어도, 난 여전히 지남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내게 현실이다. 도망치고 싶고, 망각하려는 내게 현실을 일깨워주는 끔찍한 모든 현실의 덩어리이자, 모든 걸 잊게 만드는 미소를 지닌 내 분신이다. 모든 게 원망스럽다가도 날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보면 아무런 원망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날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투명해 날 무방비의 상태로 만든다.

홀로 있고 싶다. 무언가를 좋아하던 난 과거에만 존재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완곡하게. 나를 마주할 시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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