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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일기 #글 #일상 #에세이

by 공영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밑바닥까지 내려앉은 내가 다시 사랑을 하고, 현실적 난관에 서 있는 날 받아들일 사람이 존재할까.

사실 사랑, 연애 따위 바라지도 않는다. 순간의 흔들림도 내게는 사치가 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빛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임과 동시에 언제라도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저곳으로 밀어낼 수 있는 일임이라. 아무런 생각 없이 걷는다면 걷을 수 있기는 한 길이나,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가 더 가야하는지,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기에, 물 없이 빵을 우걱우걱 먹은 기분에 사로잡히고 만다.

이런 생을 걷는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일은, 짧은 출근 길 시간을 걷는 것과,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눈을 뜨고 있는 것 뿐이다. 이것들이 내가 지금 걷는 생에 겨우 누릴 수 있는 시간의 사치이다.


버텨야 하는데 버틸 수 있을까. 물론, 어찌됐던 버틸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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