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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stock

#일상 #에세이 #일기 #글

by 공영

삼년이 흐른 뒤 간 우드스탁은 변함이 없었다. 내심 긴장도 했고, 사라지진 않았을까 걱정도 했지만, 퀘퀘한 지하실에 발을 딛으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라는 인사를 뱉는 순간, 그간 했던 모든 걱정은 넣어두라는 듯 흐른 시간이 내게 안겨왔다.


오랜만인 아저씨는 날 잊지 않았고, 문은 나설 때에는 "다음 번에는 애기랑 와요."라고 배웅을 뱉었다. 처음 우드스탁에 같이 갔던 친구와 또 다른 이와의 맥주 한 병의 회포와 지난 시간을 기리는 추억과 흐르는 음악들. 오랜만에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고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우고 싶은 시간들이 남아있다면 지우고 오겠다 했지만, 내 기우와는 달리 그곳에 지우고 싶은 시간이 다행스럽게도 남아있지 않았고, 지금 블랙 러시안 세잔과 맥주 한 병으로 두서 없는 글들이 즐비하고 있지만, 나는 오늘 몹시 기분이 좋다.


그간 울고 싶었던 감정들이 다 희석되는 기분이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 나는 편히 잘 수 있다.


요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고 있는데, 장담 할 수 있다. 오늘 내 일기가 그 책보다 더욱 의식의 흐름에 깃댄 글이라는 것을.


모두 좋은 밤 되길. 나는 오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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