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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un 07. 2017

6월의

5일 기록


퇴근 후, 에스컬레이터 끝으로 올라가면서 바라본 하늘은 울컥했다. 석양을 뒤로하고 양떼구름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퇴근하자마자 빨리 달려오겠다는 그의 메시지 때문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처음 와보는 곳이라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고 곧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과 만났다. 우리들은 그들이 오기 전에 소란스럽게 깔깔대며 수다를 떨었고 시간이 지나 그녀들의 그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 같아보였고, 어느새 도착해 내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주는 그와 함께 우리는 모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깜깜한 밤이 되어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묘한 밤이었다. 피곤하면서도 행복함이 가득했다.


그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쌀국수 집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샐러드와 볶음밥 그리고 쌀국수를 시켜 배가 터지게 먹었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공원을 산책하고 못 보던 중국식 정원에도 들려 사진도 찍었다. 마트에 가서 로또도 사고,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M의 간식을 챙겼다. 미스터 노바디를 보고 낮잠이 들었다가 체리를 원 없이 먹고서 우리 집으로 이동했다. 시간은 이상하게도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그는 M과 잘 지내는데 참 보기 좋은 두 생명체다. 저녁은 집 근처에 가고 싶었던 맥주집에서 갈비구이를 안주로 먹었다. 간단하면서도 정말 깔끔했다. 집에 와서 아마도 우리는 맥주를 몇 잔 더 마셨던 것 같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실버 목걸이와 욘두가 나오는..


[우리의 100일] 벼르고 있던 원주 뮤지엄산에 가는 날이다. 꼭 가고 싶었는데 하필 날씨마저 예술이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풍경은 창창했다. 이렇게 맑은 날 소풍이라니,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었다. 도착해서 표를 끊고 자연과 잘 어우러진 건축물을 바라보며 걸었다. 마젠타 가득한 꽃밭, 빠알간조형물, 파아란 하늘, 푸른 잎사귀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행복해 보이는 나와 그가 있었다. 알록달록 덧칠해진 커다란 그림들을 바라봤다. 나만의 하늘이 작품이 되고, 내 시야에서 바라보는 단 하나의 작품과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빛과 연기 그리고 짐작할 수 없는 공간들에 우리는 있었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어쩌면 그래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들에 사실 대단한 감동보다는 그저 그와 내가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한 충만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한우를 맛있게 먹고 쇼핑몰에 들려 사고싶던 물건도 구입했다. 돌아와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재즈를 틀고 와인과 치즈를 먹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별생각 없이 요가를 가려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왔는데, 회사원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나는 휴가다. 남들 다 일하는데 나는 백수같이 운동을 하고 초밥을 포장해와 점심으로 먹었다. 햇볕은 쨍쨍했고, 그와 나는 헤이리 마을과 아울렛을 구경하기로 했다. 여름 하늘아래 드라이브는 끝내주게 좋았고, 우리는 도착 후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츄러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는 쉬지도 않고 나를 예쁘게 찍어주었다. 우리는 열심히 보고 걸었고 물건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저녁에는 집 근처 이자카야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예약을 다른 곳에 잘못했음에도 우리 자리가 다행히 남아있었다. 어묵 나베와 시샤모 다섯 마리 그리고 도쿠리 2병을 마셨다. 살짝 취하니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우리는 그 이후에도 또 와인을 마셨던 것 같다. 안주와, 도란도란 얘기들을 나누면서...


화 - 수

살금살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는 우중충해지고 마지막 휴일을 잘 마무리하기로 했다. 배가 고픈 우리는 분식집에 가서 튀김과 꼬마김밥 떡볶이를, 마트에서 적포도와 음료수를 사서 집으로 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틀어놓고 우리는 아침겸 점심을 맛있게 먹었고 이어 낮잠이 들었다. 오늘은 왠지 게을러도 좋았다. 다시 일어나서 샌들을 신고 우산을 쓰고 하나가 되어 25분 거리에 있는 디자인 마켓에 도착. 책을 보고 카푸치노 한잔을 나누어 마셨다. 밝은 자연광, 높은 천장, 시나몬 향, 사람들의 소란스러움, 발에 튀는 빗물, 거리의 차들, 번지는 빛, 닿은 어깨, 꼭 잡은 손. 돌아오는 길에 양꼬치 집에 들러 맥주와 함께 양꼬치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 경장육슬을 먹었다. 맛있었다. 잘 먹고 잘 쉬고 따듯한 날들이 소박하게 지나갔다. 아쉬움은 미루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비 때문인지 M이 다른 날보다 불안해했고 괜히 나도 불안해져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잠들지 못하는 꿈을 꾸었지만 실제로는 깊이 잠들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M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야-호옹 아침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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