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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un 19. 2018

unpredictable

everything

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거리는

예측할 수 없는 모양으로 순간순간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알 수 없는 심리의 상태 같은, 불규칙한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낱낱이 설명할 수 없고, 흐른 뒤에는 돌아가 되짚어 볼 수 없는

명랑한 허무함과 함께 잔상만 남는 모빌을 만들고 싶다고 쭉 생각해왔다.

은색 형태의 얇은 철판들이 달린 가느다란 어떤 형태의 가냘픈 느낌

움직이는 예술, 가늠할 수 없는, 불분명한, 잔잔한, 바람을 볼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내가 가진 직업과 일, 이직, 경력, 경제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을 앞으로 해야 할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지만 그럴수록 조급한 마음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고민을 해도 그뿐, 변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이미 게을러질 대로 게을러진 탓인지도 모르겠고

송아지가 먹어야 할 우유를 인간인 내가 어릴 적부터 꽤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생겨버린 것 같았다. 부엌에 우주 이미지를 걸어두었다.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니까 식탁에 앉아있을 때만큼은 배를 채우는 데만 집중을 하고 싶기도 했고, 살아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를 바라서였다. 


나는 6월 18일의 날짜에 법적으로 배우자가 생겼고, 우리는 축구를 보면서 냉동 안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배는 부풀수 있는 최대한으로 차올랐고, 지진도 폭풍도 빌딩들과 인간들도 호랑이도 살인자도 악마도 가난도 내리막길도 없는 평온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잠을 청했다. 회색 고양이가 아침을 알려줄 때까지 아무 꿈도 꾸지 않고 잤다. 


'대충 살아, 그냥 그래도 돼.'

우리 그냥 대충 살자,라고 그가 해준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맞다. 이 모든게 뭐 별거인가, 예민하게 굴어봤자 피곤하기만 한걸. 

이제 빨리 퇴근을 하고 우주가 걸린 식탁에 앉아 김치찌개와 고추장아찌, 계란 프라이에 따듯한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들어가는 길에 막걸리도 몇 병 더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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