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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un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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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사라져 가는 것들을

게을러서 적지 못한 기억들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가장 기억나는 장면부터 되돌려보면 나는 그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은 시각인데도 해가 아직 남아있어서인지 핑크색과 밝은 회색 그리고 남보라색이 얼룩덜룩 뒤엉켜서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목이 아플 때까지 쳐다보았다. 그날 오전에 우리는 텅 빈 동사무소에 들러 혼인신고를 했던 것 같다. 서류를 들고 후다닥 달려 들어간 동사무소에는 달랑 우리 둘 밖에 없었다. 직원 두분하고. 우리는 무리 없이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했고, 그는 우리에게 축하합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주말 오전에 괴물 인형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를 등록했다. 혼자 가도 되지만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하나니까 같이 가야지"하며 선뜻 응해 주었는데, 나는 그가 내 옆 조그만 카페에서 바느질로 괴물 인형을 만들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따듯해졌다. 약간 감동적이었다.  


회사

우리 팀에서 한 명이 퇴사를 하기로 했다. 나도 어딘가로 이동하고 싶지만 새 집을 아직 찾지 못해서 대기 중이다. 그럼에도 약속한 기간은 조금 남았다. 이제는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사실 매일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의미도 없는 검수확인서 같은 병신 같은 프로세스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건강

편지를 쓰는데 글씨를 쓰는 내 손과, 내가 써 내려간 문장이 모두 보이지 않았다.

초점이 자꾸 흐려져서 가까이 있는 것들을 정확이 인식할 수 없었다. 두려움에 안과를 갔는데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심해서 그렇다고 했다. 의사는 '퇴행'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두려워하는 내게 앞으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친구

Y의 생일 축하 겸, 집들이 겸 Y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오빠랑 나는 케이크와 연어, 오리고기 볶음밥, 체리... 등을 준비했다. 그녀는 먼길만으로 힘들었을 텐데 집들이 선물을 사야겠다는 의지로 아침부터 또 어딘가로 가 낑낑 선물을 손에 들고 왔다. 고맙고 미안했다. 매번 나는 해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더 잘해야지!!


얼마나 있어야(?) 얼마나 여유가 있어야 나와 그를 반반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다는 욕망이 슬그머니 새어 나와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 스스로를 탓하지 않으려면 얼마만큼 여유가 있어야 할까(?)

돈에 관해서는 언제나 슬프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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