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에 왔을까
언젠가는 터질 폭탄을 꼭 안고 사는 것 같았다. 바꿔 말하면 언젠가는 스스로를 죽여버릴 것이 뻔한 삶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깔려 죽어 있는 검은색 물체를 지나치고 또 지나치다가 결국에 그것이 나를 덮쳐버릴 것 같았다. 교환일기를 써보자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무래도 내가 어른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내가 도저히 그들이 바라는 인간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우리는 언제 끝이 나냐고? 지금은 어디쯤 이냐고.
얼음은 자꾸 두꺼워져만 가고 물고기의 말은 점점 희미해져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침묵이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나는 의도치 않게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약들을 처방받았다. 태양과 바다같이 하나의 풍경으로 서로를 녹일 수도 태울 수도 없는 위치에서 아름답고 싶었다. 마지막 샤워를 하고 마지막으로 옷을 꺼내 입고 마지막으로 당신을 안아보고 그대로 현관문을 나서서 차라리 연기같이 사라질 수 있다면 좋겠다. 상처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 내가 연기였듯 그도 연기였을 것이다. 내가 진심이듯 그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며칠 동안 말없이 오랜 시간을 달렸다. 197분 같기도 했고 7일 아니면 19년 같기도 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앞에 나타난 노란 터널은 내가 꿈에서 깨지 않도록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현실이 반이라면 꿈도 반은 있어야지.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아프지 않을 자격이 있다. 그럴 수 있다.